농협과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쌀 매입주체들의 재고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대풍으로 매입량이 크게 늘어난 데 반해 판매량은 예년 수준을 밑돌아 2005년 이후 4년 만에 역계절진폭(단경기 쌀값이 수확기보다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1월 말까지 지역농협이 사들인 2008년산 쌀은 151만8,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23.7%나 많은 양이다. 또 대한곡물협회 회원사로 가입된 66개 민간RPC 역시 10% 많은 29만4,000t을, (사)RPC협의회 회원사 37개 민간RPC도 매입량을 11.2% 늘렸다.
이에 반해 산지 매입주체 및 소매업체의 쌀 판매실적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정현돈 농협중앙회 양곡부장은 “수확기 이후 올 1월까지 지역농협의 쌀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0%가량 감소, 1월 말 기준 재고량이 지난해보다 32%나 늘었다”고 밝혔다. 농협은 쌀 판매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면 재고가 9월 말쯤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판매량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2009년산 신곡이 본격 출하되는 10월까지 재고를 안고가야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익창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지 매입주체들의 재고부담과 농가의 자체 보유량 및 연고미(농가가 도시 친인척들에게 보내는 쌀) 증가, 소매업체들의 매출 감소 등이 쌀값 하락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더욱이 이러한 불안요인은 2009년산 수확기 가격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종성 대한곡물협회 부장도 “쌀 수급상황을 감안해보면 역계절진폭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역계절진폭이 발생할 경우 올해 수확기 농협과 민간RPC 등이 매입량을 축소, 자칫 농가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양곡의 시장방출(공매)을 최대한 줄여야 하며, 나아가 2007년 이후 중단된 대북 쌀 지원을 재개,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김상영 기자 supply@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