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오렌지, 칠레산 포도, 캐나다산 육류 등의 수입은 단순히 외국산 먹을거리를 들여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송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함에 따라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가 다량 발생할 수밖에 없고 신선도 유지 등을 위한 약품처리나 식품첨가물로 인해 안전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식품 수송에 의한 환경부하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보자는 데서 착안한 개념이 ‘푸드마일리지(Food Mileage)’다. 즉 가능한 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이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면서 환경오염을 경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는 것이다.
◆원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수송량·수송거리 따져=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팀랭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푸드마일리지의 계산법은 간단하다. 원산지로부터 소비지까지의 수송량(t)과 수송거리(㎞)의 곱으로 산정한다. 따라서 푸드마일리지(단위는 t·㎞)는 낮을수록 좋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수입식품 푸드마일리지는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5,121t·㎞였는데 프랑스의 869t·㎞보다 5.9배 높았다.
수입식품 수송에 따른 1인당 CO 배출량은 114㎏CO로 프랑스 91㎏CO의 1.3배 수준이었다. 일본은 5,462t·㎞와 127㎏CO로 우리나라보다 다소 높았다.
또 김철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쌀(8㎏)의 CO 배출량은 국산(충남 아산)은 147g인 반면 중국산은 669g이었다. 국산(충북 괴산) 콩(500g)은 13g인데 비해 미국산은 463g이었다. 즉 국산 쌀·콩을 소비하면 각각 522g과 450g의 CO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로컬푸드운동 활발=푸드마일리지는 지역에서 생산돼 지역에서 소비되는 먹을거리를 뜻하는 로컬푸드(Local Food)와 궤를 같이한다. 강원 원주의 새벽시장, 충북 청주·청원의 농민시장, 전북 완주의 로컬푸드지원센터, 한살림 생협 등과 같이 지방자치단체·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푸드마일리지를 줄일 수 있는 로컬푸드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도 저탄소 녹색성장의 하나로 다양한 지원책 마련을 추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 지역에서 재배하고 생산한 먹을거리를 섭취하는 움직임, 또는 그런 사람을 가리켜 ‘로커보어(Locavore)’라는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로커보어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먹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접미사 ‘보어(voer)’의 합성어다.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간하는 뉴옥스퍼드 영어사전은 이 단어를 200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