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닭과 오리 농가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양주축협 직원들이 지역의 닭·오리 농가에 집중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양주=이희철 기자 photolee@nongmin.com
가금업계에 따르면 AI 확진 판정은 신고일로부터 평균 3~4일이 걸린다. 1~2일이면 결과를 아는 구제역보다 길게는 3일이 더 소요된다.
이같이 AI 확진 판정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리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AI 확진 판정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AI 정밀진단기관 지정 및 운용지침’에 따라 이뤄진다. 이 지침에 따르면 AI 의심축이 신고되면 먼저 시·도 동물위생시험소가 의심축을 부검한 뒤 조직을 채취해 종란에 접종한다. 그리고 1~3일 후 종란에서 폐사 등의 이상이 확인되면 검역본부와 지자체 방역기관이 4~6시간에 걸친 유전자검사(리얼타임 RT-PCR법)를 한다. 이 과정에만 1.5~3.5일이 걸린다. 고병원성으로 최종 확인되는 데에도 1~2일이 추가된다. 게다가 경북 김천의 검역본부에 시료가 도착하는 시간이 지역별로 1~2시간에서 하루까지 차이가 나는 까닭에 확진 판정까지 최장 5~6일이 걸린다. 실제로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AI는 의심축이 신고된 11월30일로부터 5일째인 4일에서야 확진 판정이 났다.
AI 전문진단기관 부족 및 AI 검사 체계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검역본부는 현재 경기·강원·충남·전북·경남 등 5개 도 동물위생시험소만 AI 전문진단기관으로 지정했고, H5·H7형 확인까지만 허용했다. 전문진단기관으로 지정된 지자체의 관계자는 “H5·H7형 확인이 가능하게 되면서 살처분 명령 등 신속한 방역조처가 가능해졌지만, 종란 검사 후 검역본부에 시료를 보내고 확진 판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조금이라도 검사를 앞당기고자 종란 접종과 PCR를 동시에 실시해 H5 혹은 H7형이 판명되는 즉시 검역본부에 시료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가금 관련 전문가들은 “보통 PCR 검사가 4~6시간이면 완료되는 만큼 지자체 내 시험소에서 사용 가능한 N형 유전자 판별용 진단키트 등을 개발해 확진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역본부는 반대 입장이다. AI 바이러스의 특성상 분석이 복잡하고, 병원성 판별이 까다롭다는 이유에서다.
검역본부 관계자는 “통상 2일이면 검사가 끝나는데, 철원은 검역본부와의 거리가 멀어 신고 다음날인 1일에야 시료가 접수돼 확진이 늦어진 것”이라면서 “특히 N항원을 분석하더라도 지자체와 검역본부의 결과가 다르면 방역상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재의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류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