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시 금천면 월산리 배밭에서 김선중 금천농협 조합장(오른쪽)과 배 농가 김영준씨가 착과불량 피해를 입은 배나무 가지를 살펴보고 있다.
나주=박창희 기자 chp@nongmin.com
“올해 배농사는 최악입니다. 20여년간 농사를 지어 왔지만 이렇게 열매가 안 달린 적은 처음입니다.”
국내 최대 배 주산지인 전남 나주와 울산지역 배 재배농가들이 착과불량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12일 나주시 금천면 일대에서 만난 배 농가들은 ‘가뭄에 콩나듯’ 가지에 한두개 달린 배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4월 초순 배꽃 개화기에 이상기온으로 수정이 불량해 가지마다 열매는 없고 잎만 무성했다.
정상적이라면 2m 정도 길이의 가지에 배가 주렁주렁 달려 열매솎기를 한 다음 10개 정도를 수확한다. 하지만 올해는 피해가 심한 농가의 경우 아직 열매솎기 전인데도 한가지에서 2~3개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금천면 월산리에서 배 1만890㎡(3300평)를 재배하는 김영준씨(66)는 “가지마다 잎은 무성하지만 달린 열매는 겨우 한 두개에 불과하다”면서 “예년 같으면 1만890㎡의 배밭에서 8만장 정도의 배봉지를 씌웠지만 올해는 1만장 정도에 그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역시 배 1만1220㎡(3400평)를 재배하는 박동현씨(57·신천리)도 “올해 착과 불량으로 달린 열매가 예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지난해 가을 수확 이후 고품질 배 생산을 위해 온갖 정성을 기울였는데 1년 농사가 이렇게 무너지니 너무 허망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울산지역 배 주산지인 울주군 서생면.
2만6446㎡(8000평) 규모에서 배를 재배하는 황재국씨(50)는 “4월13일경 인공수분을 했는데 낮기온이 13℃밖에 안됐다”며 “암술이 수정능력을 발휘하려면 못해도 온도가 15℃ 이상은 올라가 줘야 하는데, 계속된 저온으로 인해 재배면적의 절반 정도에서 착과가 아주 불량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정은 서생지역 다른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결실 불량이 많은 <신고>배의 재배 비중이 높은 농가는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남구 두왕동에서 배 9917㎡(3000평)를 재배하는 허남조씨(83)는 “보통 한나무에 정상과를 200개 정도 달아놓는데, 올해는 모양이 좋든, 그렇지 않든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를 다 합쳐도 30개가 될려나 모르겠다”고 하소연한 뒤 “비가 오고 추운 날이 지속돼 수정을 두번이나 했는데 완전히 헛방이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허씨의 배 과원은 이미 열매솎기를 끝낸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열매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나마 나무에 한두개 달린 열매도 제대로 된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는 “예년 같으면 진작에 따냈을 기형과인데, 이마저 솎아내면 봉지씌울 열매가 없을 것 같아 그대로 달아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착과불량에 대해 나주·울산지역 농가들은 언피해보다는 개화기 비정상적인 일교차와 저온현상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나주지역의 경우 배꽃 개화기에 맞춰 인공수분이 시작된 4월7부터 12일까지 일교차가 15℃ 안팎을 오르내렸지만, 언피해 위험온도인 영하 1.7℃ 이하로는 안 내려갔기 때문. 특히 배꽃이 활짝 핀 4월11일 나주지역 기온은 최저 1.7℃, 최고 22.3℃로 일교차는 무려 20.6℃에 달했다.
농업인들은 “언피해 예방을 위해 낮기온이 17~18℃인 배꽃 수정 최적온도에서 인공수분을 했지만 높은 일교차로 착과 불량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지역은 이상저온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서생면의 경우 배꽃이 활짝 핀 4월4~16일 낮기온이 15℃가 넘은 날은 불과 이틀에 지나지 않았다.
출처: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