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영주에서 한우 70여마리를 사육 중인 장용철씨(56·이산면)는 요즘 심기가 불편하다. 최근 들어 ‘높아진 한우가격’이 화제로 떠오르자 장씨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2005년 처음 한우를 사육했을 때 7000원이던 육성우용 배합사료(25㎏ 기준)는 현재 1만1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랐다”면서 “생산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료비가 상승하고 다른 비용도 함께 올랐는데,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한우농가들이 큰 수익을 얻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이처럼 급등한 생산비를 감안하면 현재 한우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해도 농가소득은 예년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의 ‘2014년 축산물생산비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우 비육우 한마리(생체중량 600㎏ 기준)당 생산비는 555만원이다. 여기엔 사료비 245만4000원, 송아지 구입비 177만6000원, 자가노동비 60만원, 영농시설비 10만8000원 등이 포함된다. 농가가 한우를 비육·출하해 555만원 이상 받아야 이 비용을 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통 600㎏ 한우 한마리를 도축했을 때 지육무게가 355.2㎏(2015년 평균 지육률 59.2% 기준)인 점을 감안해 22일 전국 평균 경락값인 1만7929원(1㎏ 기준)을 적용하면 한우 한마리당 농가 수취값(부산물 제외)은 636만8380원이 된다. 2014년도 생산비가 현재와 같다고 가정했을 경우 농가 수취값에서 생산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겨우 81만8380원이 되는 셈이다.
게다가 생산비는 2010년 517만8000원, 2011년 569만4000원, 2012년 576만6000원으로 올랐다가 2013년엔 540만6000원으로 하락한 뒤 2014년 555만5000원으로 다시 상승하는 등 소폭 등락을 보이고 있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경수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상승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명목가격의 경우 올 1~2월 평균 1㎏당 경락값은 1만8195원인데, 물가상승을 고려해 경락값에서 이를 제외한 값은 1만5965원으로 추산된다”며 “물가가 오르는 것만큼 생산비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농가들의 수익성 개선이 더딘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22일 경기 안성 농협안성팜랜드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축산분야 업무보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거론됐다.
이 자리에서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현재 한우농가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면서 “생산비를 낮추고 적정 사육마릿수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 농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축산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희 기자 mooni@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