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용 쌀 수입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단체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1일 서울역광장과 전남 나주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의 밥쌀용 쌀 수입을 규탄했다. 야당도 ‘부정유통의 주범인 밥쌀용 쌀 수입을 중단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는 수입의 불가피성을 내세우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밥쌀용 쌀 수입을 둘러싼 쟁점을 알아본다.
① “정부 약속 어겼다” ↔ “약속한적 없다”
전농은 정부와 여당이 밥쌀용 쌀 수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김영호 전농 의장은 “지난해 쌀 관세화 선언 당시 정부가 의무수입쌀 중 밥쌀용 비중 30%를 없애기로 했고, 새누리당은 ‘우리 쌀을 지키겠다’는 현수막을 전국에 내걸었다”며 “하지만 1년도 채 안돼 약속을 파기하는 등 정부와 여당이 국민과 농민을 상대로 거짓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설명자료를 통해 “밥쌀용 쌀 비중 30% 규정을 삭제한 것은 밥쌀용 쌀을 전혀 수입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국내 수요와 관계없이 무조건 30%씩 수입하던 의무를 없애겠다는 의미”라며 “정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가공용과 밥쌀용을 선택해 수입하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설명해 왔다”고 반박했다.
② “수입 의무 없다” ↔ “국제규정 위반”
정부는 밥쌀용 쌀 수입이 쌀 관세율 513% 관철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설명자료에서 “국영무역을 통해 수입한 쌀을 전량 가공용으로만 사용하면 국제규정에 저촉된다”며 “자칫 쌀 관세율 검증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농은 정부 스스로 ‘밥쌀용 쌀을 들여오지 않으면 규칙 위반’이라는 족쇄를 채웠다고 비판했다. 전농 관계자는 “쌀 관세율 검증협상은 기준연도 국내외 가격 차이를 가지고 513%를 정당하게 산정했느냐만 따지는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③ “국내 수요는 핑계” ↔ “고정수요 감안”
정부는 밥쌀용 쌀 도입 배경으로 국내 수요를 꼽았다. 밥쌀용 쌀이 전체 의무수입량의 30%씩 도입되면서 국내 수요가 일정 부분 형성됐기 때문에 시장 수요를 감안해 가공용·밥쌀용 비중을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밥쌀용 수입량에 대해서는 “지난해 수입량 12만3000t보다 낮게 운영하되, 향후 2~3년은 국내 수요량을 확인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야당은 밥쌀용 수요가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수입쌀의 원산지 둔갑유통, 급식업체의 원산지 미표시 문제를 바로잡으면 수입쌀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야당의 판단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수입쌀을 사용한다고 표시한 급식업체가 과연 얼마나 되겠냐”며 “정부가 수입을 강행하면, 국회는 수입쌀 둔갑판매를 원천봉쇄할 법안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④ “왜 모내기철에” ↔ “연내 도입 끝내려”
전농과 야당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인 농번기에 정부가 밥쌀용 쌀 수입을 추진했다며 시기 문제를 거론했다. 전농은 “정부가 협상 타결이 임박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하려고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비판했고, 야당은 “4월 임시국회가 끝난 이틀 후(5월8일) 입찰 공고를 낸 것은 국회 견제를 피하려는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입찰에서 수입까지 4~5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의무수입물량을 연내에 도입하려면 입찰 시기를 더는 늦출 수 없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쌀이 반입 직후 곧바로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며 “방출 시기는 쌀 수급과 가격 동향을 고려해 결정하되, 수확기는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