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말 먹노린재가 기승을 부렸던 전남 영암군 학산면의 한 친환경벼논에서 김영준 영암군농업기술센터 식량작물팀장(왼쪽)이 벼농가 최홍주씨와 함께 먹노린재 서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영암 등 친환경벼 재배지 먹노린재 발생 크게 늘어
등검은말벌 등 전국 확산 양봉농가 피해 우려 높아
열대거세미나방 최초 발생 벼·옥수수 농가들 큰 걱정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기고 막바지 장맛비가 지나갔다. 장맛비가 지나간 농촌엔 또 다른 근심이 있다. 폭염이 본격 시작됐기 때문이다. 무더위가 지속되면 농작물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각종 해충 발생이 늘어난다. 여름해충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농촌현장을 둘러봤다.
7월29일 오전 전남 영암군 학산면 금계리의 한 논. 이곳에서 7만2727㎡(2만2000평) 규모로 친환경벼농사를 짓는 최홍주씨(63)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논을 찾아 벼줄기 밑동 주변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먹노린재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다.
최씨는 “6월말 먹노린재가 기승을 부려 애를 먹었다”면서 “다행히 7월 중순 ‘데리스 추출물’ 등의 친환경약제로 방제에 나선 후 확산세를 겨우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 방제를 잘했지만 방제 전 알을 깐 먹노린재가 있다면 언제든지 개체수가 늘 수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먹노린재는 관행농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제용 친환경약제가 부족한 친환경벼 재배지를 중심으로 발생이 급격히 늘어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먹노린재 피해면적은 2017년 3273㏊에서 지난해 3만2779㏊로 10배 이상 늘었다. 올해 피해규모만도 이미 1만1000ha를 넘어섰다. 피해는 전남(6000㏊)과 충남(5000㏊)에 집중되고 있다.
박병구 충남 서천군쌀전업농연합회장은 “6월말 먹노린재가 일부 발생함에 따라 1차 방제를 마쳤다”면서 “2017년과 2018년에 먹노린재피해를 본 경험이 있어 농가들이 방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폭염에 더욱 기승을 부리는 말벌은 양봉농가들의 큰 골칫거리다. 특히 등검은말벌 등 외래종 말벌에 대한 농가 걱정이 크다. 등검은말벌은 공격성이 토종 말벌보다 2배로 강해 사람이 쏘이게 되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게다가 번식력도 강하고 꿀벌을 잡아 애벌레의 먹이로 주기 때문에 생태계 위해성 2급종으로 지정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00군 이상 사육하는 양봉농가 1783곳을 조사한 결과 등검은말벌 출현율이 91.6%에 달할 정도로 우리나라 전역으로 확산됐다.
충북 충주의 양봉농가인 김철한씨(66)는 “양봉장을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등검은말벌이 발견되는 대로 잡아 처리하고 있다”며 “하지만 8월 중순부턴 등검은말벌이 본격적인 피해를 주기 시작할 텐데 걱정”이라고 답답해했다.
2016년 국내에서 첫 발생된 외래해충인 ‘작은벌집딱정벌레’도 양봉농가들에게 요주의 대상이다. 경남 밀양에서 꿀벌농사를 짓는 이모씨는 “처음에는 작은벌집딱정벌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농가들이 피해의 심각성을 한번 겪었기 때문에 벌통을 자주 살피면서 작은벌집딱정벌레나 애벌레가 발견되면 즉시 죽이는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 유입되는 외래해충도 농가들의 걱정거리다. 제주지역에서는 올 6월 수확을 앞둔 옥수수 재배지에 국내 최초로 ‘열대거세미나방(폴아미웜·Fall Armyworm)’이 발생해 농가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의 경우 80여종의 농작물을 갉아 먹어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특히 벼와 옥수수 등 화본과 작물에 큰 피해를 준다. 제주에 이어 충북과 영호남지역까지 확산된 상태다.
강병직 제주 한경농협 지도과장은 “제주에서는 옥수수를 새로운 소득작물로 육성하고 있고 재배면적 또한 늘고 있다”면서 “그런데 옥수수 재배지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발견돼 이를 걱정하는 농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정훈 제주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는 “이번에 발견된 열대거세미나방은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행히 올해 피해면적은 33㎡(10평) 정도로 넓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성충 한마리가 2000개의 알을 낳고 부화까지 한달 정도밖에 안 걸리는 만큼 향후 조기예찰과 방제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