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가락공판장 박초순 경매사(오른쪽)와 중도매인이 서울 가락시장에 출하된 고추의 선별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1~2월 한파에 이어 3월 들어서도 한동안 포근해지나 싶더니 다시 쌀쌀해지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고추·오이·호박 등 과채류를 중심으로 생육조건이 악화돼 도매시장 출하물량이 예년에 비해 30% 가까이 감소했다.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있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채소값은 강세를 이어 가고 있다. 출하만 하면 예년보다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한다.
유통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조기출하를 자제하고 선별을 철저히 하는 등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속박이 출하가 늘어날수록 중도매인들과의 갈등만 키워 결국은 출하물량이 증가했을 때 오히려 경매값이 예상치보다 덜 나오는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특히 오이와 호박 등 과채류의 경우 철저한 선별로 특품을 많이 출하해 중품과 하품의 시세를 끌어올리는 것이 농가에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김대연 동부팜청과 경매차장은 “<취청> 오이만 하더라도 크기와 모양이 균일한 특품만을 모아 집중 출하하면 높은 경매가를 형성해 결과적으로는 중품과 하품의 경매가도 2,000~3,000원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차장은 “흔히 작은 것은 밑에 깔고 그 위에 특품 농산물을 쌓아 출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결국 중도매인들에게 출하농산물의 신뢰를 떨어뜨려 경매가를 낮추는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고추류는 절단작업에 신경을 좀더 써 출하할 것을 당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초순 농협가락공판장 경매사는 “고추류는 꼭지 모양을 제대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경매값이 2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면서 “피망만 하더라도 꼭지 절단작업을 보기 좋게 잘한 물건은 현재 10㎏들이 상품 한상자당 7만원을 받는 반면 그렇지 못했을 경우 5만원대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고추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중도매업자인 박동진 사장은 “반입물량이 적어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도 고추 꼭지 색깔이 변했거나 모양이 휜 고추가 많이 보이면 한상자당 1만~2만원을 더 적게 부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출하물량이 부족한 시기는 생산자의 브랜드를 더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과채류 전문 중도매업자인 오제영 사장은 “모든 상품이 마찬가지겠지만, 상인들의 눈에 띌 수 있는 제품을 시장에 많이 내야 향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며 “철저한 선별을 통해 출하되는 농산물은 중도매인들이 서로 차지하려는 경매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시금치·근대·얼갈이 등 엽채류도 선별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병로 한국청과 채소팀장은 “근대는 잎이 작은 것 위주로 줄기를 짧게 잘라 특품의 상품을 출하하고, 시금치는 종이상자 규격까지 자란 제품을 많이 담으면 오히려 경매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속박이를 줄이고 줄기와 잎을 보기 좋게 다듬어 출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