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를 구입해 화분 재배를 하는 경우에도 취득세를 경감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작물을 토양에 심어서 재배하지 않고 화분 등을 이용해 재배하는 것도 경작의 범위에 들어간다는 판단인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경기 과천에서 스투키를 화분 재배하는 최모씨가 낸 ‘농지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청구’에서 ‘땅을 갈아서 그 땅에 직접 작물을 식재하는 것과 작물의 효율적 재배를 위해 농사용 화분에 재배하는 것을 달리 볼 만한 이유가 없다’며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사건은 2014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씨는 경기 과천시 주암동에 842㎡(약 255평)의 농지를 구입하고, 취득세의 50%(1449만6100원·가산세 포함)를 경감받았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자경농민이 직접 경작할 목적으로 취득하는 농지’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천시의 현지 확인과정에서 불거졌다.
과천시는 최씨가 스투키 묘목을 화분에 식재해 재배하고 있으며, 농지의 일부를 판매시설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감된 취득세를 추징하겠다고 통보했다. 취득세를 경감받은 농지를 2년 이내에 직접 경작하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 경감분을 추징한다는 규정에 따라서다. 하지만 과천시의 판단은 화분 재배가 재배의 한 방식이 아닌 판매를 위한 것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최씨는 이에 불복해 이의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정안전부도 과천시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한국화훼농협 공판장을 통해 화훼를 출하하는 농민인 최씨는 “운반의 편의성 때문에 화분 재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경작 행위가 아니라는 결정은 이해할 수 없다”며 결국 최상급심인 조세심판원에 취득세 부과를 취소해달라는 청구를 냈다.
최씨는 청구를 내면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도움으로 농작물 재배·경작 방식의 다양성과 관련된 자료를 조세심판원에 제출했다. 또 과학기술의 발달로 생산방식이 양액재배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며, 다육식물 등의 경우 화분을 이용한 재배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도 적극 설명했다. 결국 조세심판원은 최씨의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 농지 취득세 과다 부과분을 농가에 반환하도록 최근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한 농민이 농지 취득세를 경감받은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이번에 취득세 경감을 받지 못했다면 딸기 고설재배 등도 취득세 경감을 받는 경작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비한 판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