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쨍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낙관론=내년 경기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쪽은 금융당국과 중앙은행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외국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로 전망했다. 다만 박 장관은 “(내년 경제성장률은) 12월 대선 결과에 달렸다”며 “새 정부가 경제성장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대구상공회의소 강연에서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조금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반등보다는 완만한 회복에 그치고, 유로존 위기가 완전 해소돼야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게 박 장관의 설명이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지난 14일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 강연에서 “(한국경제가) V자처럼 확 올라온다고 할 순 없지만, L자형보다 조금 바운스 백(Bounce Back·반등)한다고 판단한다”며 “올해 2% 성장이면 내년에는 (앞자리에) 3자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최근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국으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9월 중 수출감소폭이 축소됐고 10월에는 수출 증가로 전환된 것 등을 낙관론의 배경으로 내세웠다. 또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 등으로 부동산 경기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년 경제성장률을 3.4%로 전망하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100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산업활동동향과 국내총생산(GDP)의 흐름, 통화량 등을 복합적으로 계산한 경기선행지수는 4~6개월 뒤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라 할 수 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것은 경기가 팽창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장기불황이 코앞이다’ 비관론=그러나 외국계 투자은행과 국내 증권사 등 이른바 ‘시장’에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10월 말 외국계 투자은행 10곳이 전망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평균 3.1%를 기록했다. 3.9%로 높게 전망한 곳(모건스탠리)도 있어 평균치가 높아졌지만 노무라(2.5%), BNP파리바(2.6%), BoA메릴린치(2.8%), 도이체방크(2.8%) 등 2%대를 예상한 곳이 많았다. 국내 증권사 역시 삼성증권(2.6%), HMC투자증권(2.8%), 대우증권(2.9%)이 2%대를 내다봤다.
수출실적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침체와 미국의 재정절벽 위험, 중국의 저성장 등이 아직 불안한 까닭이다. 가계부채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심리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내수 진작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장기불황 전망을 뒷받침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민간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 보드’가 14일 펴낸 ‘세계경제전망 2013’ 보고서는 한국의 성장률이 올해 2.7%에 그친 데 이어 2013~2018년에는 2.4%, 2019~2025년에는 1.2%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만약 세계 경제침체가 더욱 악화되면 2013~2018년 한국경제는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년 3%대 성장 전망도 (올해와 비교해 수치가 반등하는) 기저효과에 따른 것”이라며 “의미 있는 회복을 하려면 가계부실을 털어내고 공격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