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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빈집 개조해 책 3000권 넣으니…‘도서관’ 겸 ‘한글교실’ 탄생 글의 상세내용
제목 농촌 빈집 개조해 책 3000권 넣으니…‘도서관’ 겸 ‘한글교실’ 탄생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08-09 조회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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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농민신문





도서관장 김선자씨(맨 오른쪽)와 마을 아이들이 모여 책을 읽고 있다.




촌樂,거듭나다 (17)길 작은 도서관

 




‘엄마가 올까 봐 조마조마해서/맛이 안 느껴진다/아이스크림 껍질과 엄마의 숨바꼭질/끝나지 않는다(‘몰래 먹는 아이스크림’ 중에서).’



엄마 몰래 아이스크림을 먹던 열두살 유하의 기억이 시로 만들어진 이곳은 전남 곡성군 입면에 있는 ‘길 작은 도서관’. 여기선 주말마다 함께 시 읽고 시 짓는 수업이 열린다. 도서관 문을 연 이는 평소엔 곡성군청 학교도서관 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김선자씨(49)다.



“2004년에 남편이 일터를 옮기면서 이곳에 왔어요. 저녁이 돼도 아이들이 집에 안 들어가고 마을을 돌아다니는 게 이상했죠. 알고 봤더니 조손가정·한부모가정이 많더라고요. 보호자가 일 나가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온 거였어요.”



또래의 자녀를 둔 탓에 그 모습이 더욱 안타까웠던 김씨는 아이들을 자신의 집 서재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함께 책을 읽고 시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뒤 줄곧 책과 관련된 일을 해온 자신이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좁은 시골집 서재는 금세 아이들로 북적였다.



그러다 2011년 김씨는 제대로 된 도서관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오랫동안 비어 있던 주변 농가를 사들였다. 도배를 새로 했고, 59㎡(18평) 남짓한 공간에 갖고 있던 책 3000여권을 차곡차곡 꽂아 넣었다. ‘넓고 평탄하진 않더라도 세상엔 다양한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알리고자 ‘길 작은 도서관’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길 작은 도서관. ‘넓고 평탄하진 않아도 세상엔 다양한 길이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1년 내내 하루 24시간 문이 열려 있는 도서관은 아이들의 새 ‘아지트’가 됐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틈날 때마다 찾아와 간식을 꺼내 먹고 그림책을 읽으며 그야말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도서관은 아이들의 일상만 바꾼 게 아니다. 마을 할머니들도 짬짬이 한글과 시를 배우러 도서관을 찾는다.



“할머니들이 책 정리를 도와주러 오신 적 있는데 책을 자꾸 거꾸로 꽂으시더라고요. 바로 꽂아달라고 부탁드렸더니 멀쩡히 꽂혀 있던 책을 뒤집어놓으셨어요. 할머니들이 한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한글 수업을 시작하게 됐죠.”



김씨는 할머니들이 한글 배우는 재미를 느끼길 바라며 시 짓기를 권했다. 할머니들은 시에 금방 매료됐다. 시를 지으며 마음속에 묵혀둔 말을 풀어내는 데 재미를 느낀 것이었다. 부지런히 시를 배운 할머니들은 지역 문학상에서 입상하기도 했고, 2016년엔 직접 지은 시를 묶어 시집 <시집살이 詩집살이>를 내기도 했다.



애당초 거창한 계획 없이 도서관을 꾸렸다는 김씨. 하지만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그에게는 바람이 하나 생겼다.



“아이들과 할머니가 쓴 시가 그들의 삶의 기록물인 것처럼 이 도서관이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게 되길 바라요. 마을 주민들 한사람 한사람의 역사가 곧 마을의 역사나 다름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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