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말 폐지시도 후 무산된 농어촌특별세에 대해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국회를 다시 압박해 농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5일 기자 브리핑을 갖고, ‘농특세 폐지법안’에 대한 조기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이에 앞서 12일에도 세제실장 등이 민주당 정책위원회 등을 방문, 농특세 폐지가 시급하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위기의 농특세 ‘바람 앞의 촛불’=기획재정부가 농특세 조기폐지를 위해 국회에 낸 ‘농특세 폐지법안’은 지난해 12월 관련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농업계의 반발과 야당의 저지로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중이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 6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일괄 타결한 합의안에서 농특세 폐지법안은 2월 중에 합의처리키로 결정해 앞날이 불안하다.
정부의 요구대로 2월 임시국회에서 농특세 폐지법안이 처리될 경우 오는 2014년까지 유지키로 한 농특세는 2010년 1월1일 종료된다.
농특세 조기폐지와 관련, 농업계는 물론 민주당 등 야당도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 필요’라는 기존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농특세가 폐지되면 일반회계에서 관련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예산편성 과정에서는 농어촌개발사업의 우선순위가 낮아 재원확보가 어렵게 된다”며 “농어촌개발사업의 원활한 재원조달을 위해 당초 법률에 규정된 대로 2014년까지 농특세를 유지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이 문제인가=윤영선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15일 브리핑에서 “농특세를 본세에 통합해 세수 중립성을 최대한 유지하고, 재원 손실분은 일반회계에서 100% 보전하면 재원확보에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에 농특세 폐지와 관련한 일정 재원을 일반회계로부터 농특회계로 전입토록 규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업계는 기획재정부의 이 같은 방안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농업계와 야당의 강한 반대 등 정치적인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저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는 2004년 농특세 도입 당시부터 전용이 불가능한 목적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예산부처의 입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때문에 예산부처는 종료시점이 정해진 농특세를 기한이 도래하기도 전에 없애려고 두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히 농업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다. 정부는 지금도 ‘선진 조세체계 구현’이라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
농업계는 또 기획재정부 약속대로 농특세 부분만큼 일반회계에서 보전해줘도 이를 감안해 결국 전체 농림예산을 삭감하면 그때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이때문에 국가 전체예산과 연계한 농업부문 예산 확대 등과 같은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준근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기획재정부의 주장은 상거래를 하면서 구체적인 계약서도 없이 인감도장부터 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연평균 3%로 다른 분야에 비해 가장 낮은 농식품분야의 예산증가율을 5% 이상으로 획기적으로 높이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희 기자 chp@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