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군은 벼 키다리병의 효과적인 방제법 개발을 위해 낙동강변 다인면 양서리 대마들에 벼 키다리병 비교시험 포장을 설치했다.
이렇듯 농촌에서는 모내기철 키다리병으로 인한 논란과 갈등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전국 못자리 가운데 벼 키다리병이 발생하는 비율은 70~80%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가는 키다리병에 걸린 모를 그대로 이앙할 수밖에 없고, 이는 쌀 수확량 감소와 품위 저하라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벼 키다리병의 마지막 ‘안전지대’ 가 돼야 할 정부보급종이 그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종자소독이 특효약?=통상적으로 벼 키다리병은 볍씨 파종 전 종자소독만이 유일한 예방책으로 알려져 있다. <푸사리움>이라는 곰팡이균의 작용으로 발병하는 벼 키다리병은 해당 곰팡이균을 박멸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치료약제도 없다. 따라서 종자용 볍씨 껍질이나 배(胚)에 침투한 병균은 못자리 파종 전 정해진 방법대로 종자소독(침종)을 해서 사멸시켜야 한다.
그래서 국립종자원에서 공급하는 정부보급종은 농가 보급 전에 전량 키다리병 소독약제를 껍질에 코팅하는 ‘분이처리’를 한다. 그런 만큼 정부보급종을 종자로 사용하는 농가는 별도의 추가소독 약제를 첨가할 필요 없이 종자소독 규정대로 ‘온수침종’을 거쳐 파종하면 키다리병을 예방할 수 있다. 자가채종 볍씨를 종자로 쓸 경우 현재 국내 농약회사에서 시판중인 벼 키다리병 전문소독약제를 이용해 소독하면 된다.
문제는 그런데도 벼 키다리병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극성을 부린다는 데 있다. 그러다 보니 볍씨 공급자측에서는 소독을 잘못한 농가 탓으로 돌리고, 농가는 볍씨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서로 삿대질을 하고 있다. 급기야 요즘에는 누구 탓도 아닌 이상기후 ‘날씨’가 주범으로 몰매를 맞고 있다.
◆주범은 누구?=국립종자원은 지난해부터 농가에 공급하는 보급종 볍씨의 키다리병 검사규격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다. 품종별로 샘플링(표본화)해 육묘를 하고 현미경 검사를 통해 감염률이 5% 미만인 볍씨는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정부보급종 볍씨도 키다리병의 완벽한 차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키다리병의 주범이 다름 아닌 곰팡이균이라는 데 있다. 원인균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 보니 정부보급종 채종단지를 일반 벼 재배단지와 완벽히 차단하지 않는 한 키다리병 원인균 감염을 막을 재간이 없다. 심지어 보급종의 볍씨인 ‘원종’을 파종해도 키다리병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다 친환경농법의 확산으로 줄어드는 방제횟수도 키다리병 원인균의 활동반경을 넓혀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대원 경북 의성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키다리병 병원균이 벼 개화기 꽃을 통해 감염되고 벼 껍질에 묻은 균은 발아기 다른 볍씨나 토양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누구의 책임을 꼭 집어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볍씨 감염차단이 해결책=경북 의성군은 올해 다인면 대마들 50㏊에서 벼 키다리병 종자소독 비교시험을 하고 있다. 정부 보급종과 자가채종 볍씨를 대상으로 소독약제와 단계, 수준을 한 들녘에서 비교해 벼 키다리병 예방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경북도농업기술원도 올해부터 도내 5개 시·군에 모두 250㏊ 규모로 ‘키다리병 들녘별 공동방제’를 시작한다. 볍씨 생산단계에서 키다리병원균의 감염을 차단하지 않은 채 볍씨를 소독하는 것만으로는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허수범 농촌진흥청 재해대응과 지도관은 “종자소독 강화 등 키다리병 예방을 위한 갖은 노력에도 병 발생이 늘어나는 것은 결국 볍씨의 키다리병원균 감염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동범 국립농업과학원 박사는 “벼 키다리병은 이론적으로 병원균의 활동기인 벼 개화기에 집중 방제해 차단할 수 있겠지만 현재 전문 약제도 없고 친환경농업이 대세인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감염을 방제로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규정된 종자소독을 철저히 하고 모판 밀식파종을 억제해 발아과정에서 볍씨간 감염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창구 국립종자원 품질관리담당은 “소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모판에 농가가 기계이앙의 편의만을 생각해 볍씨를 규정보다 2배 이상 밀식파종한 결과 발아과정에서 볍씨간 감염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원태 경주 불국사농협 조합장은 “벼 키다리병은 박멸이 불가능한 곰팡이가 원인균이라고 하지만 모판육묘와 기계이앙, 친환경농업 확산으로 발생빈도가 높아지고 피해지역이 늘고 있다”면서 “종자당국은 내병성 품종 육종과 함께 보급종 관리를 강화하고 농가도 규정된 종자소독을 준수하고 볍씨 밀식파종을 줄여나가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벼 키다리병=볍씨를 통해 전염되는 곰팡이병으로, 못자리부터 벼가 자라는 모든 기간에 걸쳐 웃자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쌀 품질 저하와 수확량 감소를 일으킨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