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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농촌 일상 쓴 일기로 책 펴낸 이옥남 할머니 글의 상세내용
제목 30여년 농촌 일상 쓴 일기로 책 펴낸 이옥남 할머니
부서명 농업기술센터 등록일 2018-10-29 조회 161
첨부  

출처:농민신문





 


농촌 일상서 체득한 삶의 지혜 오롯이…


시나브로 변하는 사계절 풍경과 농사의 즐거움, 자식에 대한 사랑 담겨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




‘동그렇게 생긴 콩이 어찌 그리도 고 속에서 동골라한 이파리가 납족하고 또 고 속에서 속잎이 뾰족하게 나오고 디다볼수록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종일 콩밭을 매고 온 이옥남 할머니(97·강원 양양군 서면 송천리)는 그날 보고 느낀 것들을 공책에 꾹꾹 눌러썼다. 어떤 날은 장에 가서 고추 팔아 번 돈 1만3000원, 또 어떤 날은 하룻밤 새 저세상으로 떠난 동네친구 이야기를 끄적였다. 그렇게 30여년 전부터 오늘날까지 쌓인 할머니의 시간이 최근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혼자 심심해서 ‘글씨나 좀 잘 써볼까’ 하고 쓰기 시작했어요. 글씨가 얼매나 미운지 꼭 까마구 발 같았거든. 별거 한 것도 없는데 손주 통해서 책을 다 만들었네요.”




이옥남 할머니가 글씨 연습을 위해 쓰기 시작한 일기장에는 소박한 시골 일상과 그 속에서 체득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할머니는 글을 혼자서 배웠다. 아버지는 여자가 글을 알면 시집가서 편지질로 부모 속상하게 한다고 글을 배우지 못하게 했다. 대신 일곱살 때 길쌈하는 법을, 아홉살 때 호미질을 배웠다. 그러나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법. 서당 다니는 오빠 등 너머로 글자를 보며 독학했다.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부지깽이로 재 위에 ‘가’ ‘나’를 쓰며 글자를 익혔다. 열일곱살에 시집을 갔지만 매운 시집살이 탓에 글은 아는 척도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시부모와 남편 모두 세상을 뜬 후에야 할머니는 도라지 까서 판 돈으로 공책을 사 글씨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곧 일기가 됐다.



할머니는 일기장에 시나브로 변하는 사계절 풍경과 농사의 즐거움, 벗이 돼주는 새 소리, 그리고 자식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혼잣말하듯 차곡차곡 담아놨다. 정작 할머니는 ‘아무것도 아닌 글’이라고 말하지만, 소박하고 따듯한 일기는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초에 할머니의 일기가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책 내용에 공감하고 출판비용을 투자하는 ‘북펀딩’에 568명의 독자들이 참여한 공이 컸다.



이제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 하나 걱정이 있다면 나빠진 눈 문제다. 눈 건강 악화로 왼쪽 눈은 아예 보이지 않게 됐고, 나머지 한쪽 상태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 그럼에도 할머니는 여전히 공책과 펜을 놓지 않는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다만 한줄이라도 일기를 쓰고 ‘예전보다 글씨가 더 못해졌다’며 아쉬워한다. 할머니는 그렇게 오늘도 또박또박 글씨 쓰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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