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아리 수입 급증과 국내 농가들의 노계 도태 기피 등으로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달걀값이 폭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농가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등 생산자단체에 따르면 AI 발생으로 산란계의 살처분이 대거 이뤄지자 일부 산란계 부화 업체들이 올 3~5월 프랑스에서 8만마리 이상의 산란 실용계 병아리를 수입, 농가에 공급했다. 국내에 산란 실용계 병아리가 수입된 것은 2011년 이후 3년 만이다.
수입에 나선 업체는 4곳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은 하반기에도 병아리를 추가 수입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게다가 일부 종계 업체들은 산란용 종계 병아리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기존 산란계 사육농가들은 노계를 도태하는 대신 환우(강제 털갈이)에 나서는 등 달걀 생산 채비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산란계 사육마릿수는 AI가 없었던 지난해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서는 올 1·4분기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나 증가한 6457만2000마리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산란계 입식 바람이 불어 5월 산란 실용계 병아리 입식마릿수는 375만2000마리나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때보다 9.4%나 증가한 것이다.
이처럼 산란계 사육마릿수가 급증 추세를 보이자 대한양계협회는 최근 부화장·종계업자·농가 등을 대상으로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협회는 호소문에서 “일부 이익에 눈이 멀어 실용계를 수입하는 업자들은 산란계산업을 자멸로 이끌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국내 채란산업의 발전을 위해 당장 수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생산농가들에 대해서도 “무조건 입식을 계획하기보다는 수급조절 차원에서 수요와 공급에 맞는 적정 사육마릿수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갈 길임을 알아야 한다”며 “산란 노계의 조기 도태로 안정된 양계산업을 만들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6월 1240원(특란 10개 기준)하던 산지 달걀값은 AI 발생 직전인 올 1월 중순 1500원선까지 올랐으나 6월27일 현재 1395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달걀값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 조사결과 지난해 달걀 생산비(특란 10개 기준)는 1183원이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