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사업 보조금은 농업인이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대처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이다. 지난해 120여개 사업에 7조5806억원이 지원됐다. 그렇지만 보조금의 편법·부정 수령이 반복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농업계 전체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특정인의 중복·편중 수급이다. 관리가 허술한 점을 이용해 일반 농업인이 한번 이상 받기 어려운 보조금을 특정인이 독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로 인해 보조금을 많이 받은 농업인과 그렇지 않은 농업인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도시민들에게는 ‘농업인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또 농업인 사이에서는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퍼지는 등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하우스재배 농업인이 사업주관기관을 달리하면서 2009년 목재팰릿난방기사업, 2010년 지열냉난방시설사업, 2011년 다겹보온커튼사업을 신청해 중복 지원받은 사례도 있다”며 “보조금 편취에 대한 농업인들의 죄의식도 낮아 부정 수령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기계나 보일러 판매업자가 농가 자부담금을 대신 내준 뒤 그만큼 판매단가를 높여 보조금을 신청하는 수법도 여전하다. 이 같은 부정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부터 시설현대화사업 같은 보조사업을 융자사업으로 바꿨고, 올해부터는 맞춤형비료지원이나 축산분뇨처리시설과 같은 보조사업을 대폭 줄였다. 악덕업자와 결탁한 일부 농업인 때문에 선량한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보조사업이 끊기거나 축소된 것이다.
신청자격을 속여 보조금을 타 내는 행위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전남도 감사에서는 2㏊ 미만 소규모 과수·화훼 농가에 지원해야 할 ‘소형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에서만 12건의 부정수급자가 적발됐다. 이들은 신청할 때 여러 필지로 나뉜 과수원 중 일부를 고의로 빠뜨리고, 부부인데도 명의를 달리해 각기 신청하는 수법을 썼다.
정부 관계자는 “보조금 편법·부정 수급은 목돈이 필요한 어려운 농업인들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는 행위로, 단순한 도덕적 해이를 넘어선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농림사업 보조금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자 정부도 지원 절차를 강화하는 등 보조금 편법·부정 수령 근절대책을 내놨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보조사업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으로 ‘농림수산사업 실시규정’을 개정해 올 1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바뀐 규정에 따르면 정부지원 신청액이 3000만원을 넘는 사업자는 최근 5년간 1000만원 이상 지원받은 보조사업 이력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는 정부 지원금이 특정인에게 편중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력서를 참고해 유사·중복 지원을 걸러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규정은 또 농업기술센터 등이 심사하는 사업성 검토기간을 기존 10일에서 20일로 늘리고, 신청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관계기관 합동으로 현지 확인조사를 벌이도록 했다. 강철구 농식품부 정책평가담당관은 “농림수산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