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강국과의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또는 협상 타결로 우리 축산업은 국경 없는 무한경쟁 시대를 맞게 됐다. 이에 올해 우리 축산업이 처한 현실과 축종별 가격 전망을 기상도 형식으로 풀어본다.
◆한우=한우산업은 ‘맑지만 가끔 흐린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도 한우가격은 강세를 보이겠지만 수입 쇠고기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월까지 한우고기 지육 1㎏당 도매가격(육질 1등급 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최고 13% 상승한 1만5000~1만6000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고, 설 직전엔 일시적으로 1만6500원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관측한 바 있다. 또 전문가들은 설 이후 한우고기 도매가격은 약간의 조정기를 거쳐 소폭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해 수준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지 가축시장의 한우 생체가격 역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경기가 침체되고 쇠고기 수출국들이 마케팅을 강화할 경우 이 같은 흐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이 불안정한 기조를 보이고 있고, 쇠고기 수출강국과의 FTA 체결에 따른 피해 대책을 요구하는 농가들의 목소리가 거세 올 한해도 한우산업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낙농=원유 생산 감축을 둘러싸고 낙농가·유업체와 낙농진흥회 간 갈등이 심화되는 등 ‘강한 비바람’이 예상된다. 낙농진흥회 소속 594농가는 지난해 12월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낙농진흥회 이사회 서면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서 “유업체로 구성된 유가공협회가 ‘낙진회의 원유감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집유를 중단하겠다’며 낙농가들을 압박했다”고 지적, 원유 감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조합원들과 공감대를 형성, 일정 마릿수의 젖소를 도축하기로 의결한 서울우유협동조합 이외의 유업체들과 소속농가들 간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집유일원화와 관련된 잡음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돈=돼지고기 가격 전망이 엇갈려 ‘안갯속’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좋은 가격을 점치는 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캠핑 열풍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에 따른 대체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수요가 뒷받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이 예상하는 올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육 1㎏당 평균 5000원이다. 하지만 올해 돼지 사육마릿수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고, 지난해 연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수입물량이 더욱 늘어 가격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 쪽도 있다.
◆가금=AI 등의 영향으로 육계업계는 ‘맑았다가 흐린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우리 당국이 AI가 발생한 미국에서 닭고기 수입을 금지키로 결정함에 따라 올 1~3월 산지 육계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1㎏ 기준 1400~1800원대)보다 높은 1800~2200원대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 AI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산 육용종계의 수입이 지연돼 업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산란계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질병 발생이 줄어든데다, 산란에 가담하는 마릿수가 늘어 달걀값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압도적이다. 심지어 설 명절과 부활절 등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산지 오리값은 AI 발생으로 사육마릿수가 크게 줄어 상반기까지는 강세가 예상된다. 하지만 AI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리고기 가격이 오를 경우 소비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