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로 축산농가의 시름이 새해를 맞아서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이천시 장호원의 한 돼지 사육농가에서 발생한 구제역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긴급설치된 이동초소에서 2일 방역요원들이 축산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이천=이희철 기자
악성 가축전염병인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이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선 무엇보다 범국민적인 협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 전염병이 극성을 부리면 축산농가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해져 국가경제 전반에 적잖은 피해가 우려되는 것 또한 이유다.
축산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과 AI로 인한 해당 축산물 가격은 아직까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돼지 도매값(탕박 지육 1㎏ 기준)의 경우 지난해 11월 평균 5415원에서 12월엔 4318원으로 떨어졌다가 올 1월2일 다시 4798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한우 도매값(지육 1㎏ 기준)은 1만4354원에서 1만4255원으로 소폭 떨어졌으나 이는 방학 등 계절적인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육계와 달걀값도 AI와 크게 상관없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전염병이 계속 확산될 경우 해당 축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져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인한 값 하락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는 게 축산업계의 우려다. 전국한우협회의 한 관계자는 “당장 설 대목장을 눈앞에 두고 구제역이 확산 추세를 보여 한우가격 흐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농업인·언론은 물론 국민들도 구제역과 AI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조기 안정화를 위해 힘을 합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먼저 정부는 각종 전염병을 이른 시일 안에 퇴치할 수 있는 철저한 방역대책을 수립하고, 농업인들은 이를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언론은 이들 전염병에 대해 국민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일반 국민들도 악성 가축 전염병 발생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는 등 민관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올 때 육포 등 휴대 축산물을 반입할 경우 엄연히 법에 저촉되는데도 이를 어겨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에만 6만9213건(10만986㎏)이나 됐다.
김연화 한국소비생활연구원장은 “구제역과 AI 등 악성 가축 전염병은 축산업과 축산농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지혜를 모아 극복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는 구제역 백신접종 의무와 축산농장에서 고용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휴대 축산물 반입 시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예방 차원의 방역대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