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경기 가평군 가평읍 양계농가 홍성재씨(맨 왼쪽)가 군부대 급수차로 실어온 물을 대형 물탱크에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일 오후 경기 가평군 가평읍 마장2리 마을. 오랜 기다림 끝에 급수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양계농가 홍성재씨(51)의 얼굴에 잠깐 그늘이 사라졌다.
가평축협 방역차량을 앞세운 인근 군부대 급수차량이 홍씨의 축사로 들어섰다. 군부대 차량이 싣고 온 물은 4t. 홍씨는 재빨리 군인들과 함께 급수차의 물을 빈 물탱크로 옮겼다.
“이제야 숨을 좀 돌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양계장에 공급할 물이 바닥난 상황이라 입술이 바싹바싹 타들어갑니다.”
홍씨는 물탱크에 물이 차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비오듯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수건으로 훔쳤다.
이날 가평군청에 급수차를 요청한 농가는 양계 3농가와 한우 1농가.
가평군은 이들 농가에 마을 옆 군부대인 제3야전수송교육단을 통해 4t 분량의 물을 네차례 공급하고, ㈜KCC로부터도 8t의 물을 공급받아 농가에 지원했다.
홍씨는 “5월 말부터 계곡물이 줄어들어 우려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바닥이 날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지난해도 가뭄이 심했지만 7월 초까지는 버텼는데 올해는 벌써 물이 떨어지니 큰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 가뭄에 타들어가는 것은 들녘 농작물만이 아니다. 축산농가들도 자식 같은 가축에게 먹일 물을 한방울이라도 더 얻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각담말마을로 불리는 이곳에서 축산을 하는 농가는 양계 6농가와 한우 2농가.
이 마을은 지난해 이맘쯤에도 가뭄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이 마을 축산농가들은 지난해 가뭄으로 겪은 고통이 올해도 이어질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양계농가들은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초복(7월13일) 대목에 맞춘 출하에 차질이 생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축산농가들은 그래도 지금까지는 바닥을 드러낸 계곡물과 지하수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왔는데 이제는 그 한계점에 봉착했다고 하소연했다.
20일된 닭 10만마리를 키우는 이병구씨(46)는 “계곡물을 모아 사용하는데 이제 다 말라 얼마 나오지 않는다”며 “양계장에만도 하루에 5~6t이 필요한데 언제 물이 바닥날지 몰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양계농가들은 특성상 물 수요가 많은 것도 더 큰 걱정거리다.
현재는 기르는 닭이 어린 농가도 있어 서로 상의해 물을 나누고 있지만 출하에 임박해서는 모두가 많은 물을 필요로 해 서로 나눌 물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농가들은 출하를 며칠 앞두고는 10만마리 기준으로 하루 15~20t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가뭄이 이어진다면 필요한 양만큼의 물 공급이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10만마리의 닭을 기르는 김주영씨(41)는 “현재 기르는 닭을 초복에 출하하고 나면 이후에 다시 입식해야 하는데 계속 가물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평군에 따르면 현재 마장2리 축산농가가 하루에 필요로 하는 물의 양은 61t. 이 중 가뭄으로 24t이 부족해 가평군은 매일 군부대와 KCC, 소방차의 도움을 받아 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가평군 관계자는 “농가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로 현황을 파악하고 민·관·군이 협조해 급수차를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비가 오지 않고 가뭄이 계속돼 더 많은 물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인근의 부대 두곳에도 지원 요청을 한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양계농가를 찾은 조규용 가평축협 조합장은 “군부대 앞까지 설치된 상수도를 이용한 집수장을 만들어 활용하는 방안을 군에 건의하는 등 축산농가들이 걱정을 덜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