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돈버는 농업의 시작…고품질 ‘액비’를 활용하자⑴충남 당진 최충묵씨추비용으로 희석해 관수 공급고추색깔 좋고 수확량도 껑충비절현상 막아 탄저병 억제 비료구입비 등 생산비 절감 농업 개방화 속도와 폭이 확대되면서 농업인들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농업이 생업인 이상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대안이 있을까. 우선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즐겨 찾을 수 있도록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다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일이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생산비 절감 방안을 찾는 것이다. 해가 다르게 값이 뛰고 있는 화학비료에 의지해서는 힘들게 농사지어도 남는 게 없는 ‘헛농사’를 짓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땅심을 높여 고품질 농산물을 생산하고, 덤으로 생산비용까지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가축분뇨 ‘액비’에서 해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품질 좋은 가축분뇨 액비를 제대로 활용해 ‘돈 버는 농업’을 실현하고 있는 사례를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충남 당진 송산면에서 고추 재배를 하는 최충묵씨가 키 높이 이상 자란 고추를 보여주고 있다. 9월 말인데도 고춧대의 세력이 왕성하고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추비용으로 액비 사용=지난 9월22일, 충남 당진시 송산면 당산리의 한 고추밭. 노지재배임에도 어른 키 이상 자란 고춧대에 빨강·파랑 고추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고춧잎 또한 짙은 녹색을 띠어 아직도 왕성한 세력을 자랑한다. 대부분 고추 주산지가 장마기간을 거친 뒤 탄저병 등 병충해에 시달려 밭을 갈아엎고 가을채소 등을 파종한 시점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고추를 수확하는 시기라고 보면 돼요. 앞으로 서리가 내릴 때까지 수확하는 양이 지금껏 수확한 양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올해로 고추농사 경력 5년째인 최충묵씨(47)는 고추를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랜기간 수확하는 비결을 육묘단계에서부터의 꾸준한 영양공급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서 영양 공급원의 핵심이 바로 ‘액비’다.
대부분 고추 재배농업인들의 경우 고추모종 정식 이전에 밑거름을 한 뒤 비료값 등을 걱정해 영양소 공급을 중단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 같은 영양 공급 중단이 작물의 지속적 성장에 필요한 영양성분의 공급이 끊기는 ‘비절현상’을 불러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고추농사를 망치게 하는 탄저병은 극심한 비절현상에서 오는 결과물”이라며 “장마기간에도 꾸준히 영양소를 공급해야만 탄저병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이 같은 비절현상을 막기 위해 2년 전부터 추비용으로 액비를 쓰고 있다. 인근 당진낙농축협(조합장 이경용)이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인 ‘자연세계’를 운영하고서부터 고품질 액비를 무료로 제공받아 사용한다. 자연세계에서 공급하는 액비의 경우 44℃ 이상에서 3~4개월 동안 제대로 부숙시켜 냄새가 없고 품질에도 만족하고 있다.
◆액비 지속적으로 공급해 수확량 증가=액비성분 조사에서도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인산·칼륨 등 필수 다량원소와 미량원소 등이 골고루 함유돼 있어 영양공급원으로는 안성맞춤이다.
사용방법은 정식 이후부터 곧바로 1000배 물에 희석해 관수 투입한다. 대부분 고추 재배농가와 마찬가지로 정식 이전에 밑거름을 잘 해 정식 초기에는 액비 투입을 안해도 되지만 작물에 먹는 습관을 길들이기 위해 규칙적으로 액비를 관수한다는 것.
이후 고추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거나 고춧잎 색의 변화 등을 관찰해 액비농도와 횟수 등을 조절한다. 최씨는 2475㎡(750평)의 고추밭에 3일마다 20ℓ씩을 희석해 관비하는데 액비를 쓴 뒤 고추 색깔이 뛰어나고 수량도 훨씬 늘었다.
최씨는 “고추 재배농가들이 고추 한 그루에서 대개 반근(300g) 수확하면 많이 수확한다고 얘기한다”며 “경험에 비춰볼 때 액비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 줄 경우 수확량을 4~5배는 더 늘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같은 수량 증가에다 액비 사용 이전 6월부터 추비용으로 써오던 엔케이(NK) 복합비료를 쓰지 않아도 돼 50만~60만원에 달하는 비료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최씨는 “무한경쟁시대에 농민이 살 수 있는 길은 원가절감이고, 그래서 액비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나 관련기관에서는 액비 성분에 대한 정보나 분석장비 등을 농업인들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해 농업인들이 안심하고 손쉽게 액비를 쓸 수 있도록 도와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010-7238-5876.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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