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료와 농약의 혼합제품 상용화 방안을 추진한다. 농촌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문제를 완화하고 영농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관기관들과 연말까지 비료·농약 혼합제 상용화와 관련한 제반사항을 검토한 후 법령을 정비해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혼합제 사용을 허용할 방침이다. 제도개선 취지와 예상되는 정책 방향을 짚어본다.
◆비료·농약 혼합제는=비료와 농약성분을 혼합한 일체형 제품을 말한다. 작물에 양분을 공급하는 기능과 함께 병해충 방제효과(살균·살충)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다. 이미 일본과 미국 등 대다수 나라들이 비료·농약 혼합제를 등록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비료법으로 비료·농약 혼합제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 규정(농약 함유 비료)을 마련, 농가들이 다양한 제품을 영농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살균제를 함유한 수도용 비료 <코프가드 D타입>이다. <코프가드 D타입>은 도열병 방지제인 ‘프로베나졸’을 함유한 측조시비전용 제품이다. 비료와 농약이 효율적으로 흡수되기 때문에 도열병 방제에 효과적이며, 벼를 이앙할 때 측조시비기로 살포할 수 있어 농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균·살충제를 함유한 비료 <코프가드 W타입>도 농가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측조시비전용인 이 제품은 도열병 방지제인 ‘프로베나졸’과 벼물바구미 등의 방지제인 ‘이미다클로프리드’를 함유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합제가 비료·농약성분 상승작용으로 작물의 건전한 생육에 도움이 되고 사용량 절감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혼합제 상용화 추진배경=1차적인 목적은 농가의 일손부족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일본 사례처럼 농약성분을 함유한 비료 제품이 상용화되면 시비작업 시간과 비용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개혁 차원에서의 접근 목적도 있다. 이미 많은 농가들이 농약과 비료를 혼합해 사용하는 현실을 고려, 사전에 철저하게 약효와 약해 검증을 거친 규격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사용토록 유도하는 것이 안전 영농에도 바람직하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산업활성화 측면에서 혼합제 상용화 허용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비료와 농약 등 침체된 농자재산업의 활로를 수출로 풀 수밖에 없고, 혼합제 생산에 앞선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세계시장 경쟁을 위해서라도 혼합제 생산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료관리법에 따른 비료공정규격 설정 및 지정 고시에 농약을 비료 원료로 사용할 수 없게 돼 있다.
◆혼합제 상용화 취지 공감=농식품부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농협, 관련 협회 종사자들과 비료·농약 혼합제 상용화 방안을 놓고 토론회를 가졌다.
정부 관련부처와 업계 전문가들 모두 생력화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비료·농약 혼합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비료와 농약 혼합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 해결과 안전성 확보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비료업체 관계자들은 농약 원제 및 제형별(수화제·유화제·입제) 품질관리 기준 설정을 선결과제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원발생 때 원인 규명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이달부터 각계 전문가들과 협의회를 구성, 제반사항을 중점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개선 추진 기본방향=농식품부는 먼저 혼합제의 적용 대상작물을 수도작 중심으로 하되, 그 외 작물은 제조회사가 신청하면 반영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또 농진청에서 시험연구 및 관련 규정 보완 등을 통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제품 등록 때 약효·약해와 잔류농약 시험 등을 토대로 기준안을 마련, 식약처에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법령 정비와 관련해서는 농약 제조시 부재료로 비료를 사용하는 방안과 농약·비료 혼합제 기준을 신설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를 정해 농약관리법에 담기로 했다.
또 비료공정규격에 혼합제가 필요한 비종을 선정하고, 그 비종별로 사용 가능한 농약을 규정하는 방안에 대해 각계의 여론을 들어 최적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말까지 혼합제 상용화와 관련된 핵심 과제 검토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관련 규정 개정안의 행정예고 등을 감안할 때 빠르면 내년 4월경 혼합제 상용화가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