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나는 게 없다” 농민 발동동…정부는 뒷짐만최근 5년간 피해액 661억…채소·벼 심해 멧돼지·고라니·까치·오리류 순 피해입혀정부, 예방시설에만 ‘찔끔’…겨우 34억 편성 일부 지자체 노루 유해동물 지정·보험 도입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산간 및 중산간지역 농촌마을을 중심으로 멧돼지·고라니 등 야생동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야생동물의 개체 수가 해가 다르게 증가해 사과·배·포도·호두 등 과수에서부터 벼·고구마·채소 등 남아나는 게 없다는 농업인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부는 야생동물로 인한 농가 피해보다는 야생동물 보호에 목을 매고 있고, 농림축산식품부 등 농정당국은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피해예방 시설물 설치지원을 지자체나 농가에만 떠넘기는 등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 보상 뒷짐진 정부=환경부가 집계한 지난해 기준 유해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금액은 126억6100만원에 달한다. 최근 5년 동안 피해액을 보면 2011년이 154억54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매년 120억원 이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9~2013년 발생한 농작물 피해액만 661억여원에 달한다.
2013년 기준 작물별 피해는 채소가 21억8300만원으로 가장 컸고 벼 21억7600만원, 배 10억2100만원, 사과 8억5500만원, 포도 86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동물별 피해를 보면 멧돼지에 의한 피해가 51억8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라니 26억400만원, 까치 17억6400만원, 오리류 7억7800만원 등이 차지했다.
이처럼 유해 야생동물 농작물 피해는 수레바퀴처럼 되풀이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부지원은 한 푼도 없어 농업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과 관련한 규정만 환경부가 고시를 통해 지자체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을 뿐 실제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전혀 없다.
유일하게 정부가 지원하는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비용 지원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국비 30%, 지방비 30%, 자부담 40%로 지원되고 있는 야생동물 피해예방시설 설치비로 올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34억2400만원이다. 그마저도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1억원이 줄어 33억2400만원만 반영돼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선 지자체마다 야생동물 피해 보상과 관련한 정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맹정호 충남도의회 의원은 “충남도에서만 매년 10억원 이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고 피해규모가 매년 증가해 피해예방에 투입되는 예산도 2011년 3억1663만원에서 지난해 7억3391만원까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야생동물 피해방지시설 설치지원 사업의 자부담 비율을 현행 40%에서 20%로 줄이고 지원액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의장단협의회도 9월26일 협의회를 열고 “본격적인 농산물 수확기를 맞아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피해를 입고 있는 농민들에게 국비나 도비로 재원을 마련해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담당자는 “야생동물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지자체에서의 예산지원 요구가 높아 관련 예산을 편성하려고 해도 재정당국이 피해보상과 관련해 난색을 표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재는 야생동물 피해 보상에 관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을 뿐 지자체가 조례 등을 제정해 농가에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야생동물 피해 적극 방어나선 지자체=제주도는 지난해 7월1일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포획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조례’를 시행했다. 노루 개체 수 급증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제도 시행 1년 만에 나타난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면적은 조례 시행 이전 1년간 95㏊였으나 조례 시행 이후 9월 말 현재까지 피해면적은 68㏊로 28% 줄었다. 그에 따른 농작물 피해에 따른 보상금도 4억8500만원에서 3억8200만원으로 21%가 감소했다. 제주도는 노루 포획 허가를 2016년 6월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이런 대책에 이어 제주도는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액과 신고기간을 늘려 농가들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강원 정선군은 야생동물 피해 발생에 따른 효율적인 보상처리를 위해 올해 4월 민간 보험회사와 농작물피해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정선군 환경과 관계자는 “올해부터 민간보험회사에 위탁한 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손해사정인이 곧바로 현장 확인에 나서 피해액을 산출, 신속하게 보상해줌으로써 객관성이 부여되고 민원이 줄어드는 등 농가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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