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로 취사와 난방을 해결하는 도시지역과 달리 농촌은 난방은 기름보일러로, 취사는 액화석유가스(LPG)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불편함은 물론 에너지 비용도 도시가스에 비해 2~3배 높게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천안시 성거읍 삼곡마을은 지난해 말 마을단위 LPG배관망을 통해 이런 문제를 단숨에 해결했다. 농촌마을의 에너지복지 구현의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는 LPG배관망을 설치한 삼곡마을을 가봤다.
◆취사·난방비 약 30% 줄고 편리함 증가=“세상에 이렇게 편할 수 없다. 가스 떨어질까 불안하지 않고 기름배달 안 시켜도 돼 편리하다. 난방 잘되고 비용도 많이 줄었다.”
삼곡마을 임경억 이장(58)은 LPG 배관망 시범마을로 선정될 때 의구심에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주민들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했다.
이 사업은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 농어촌마을에 3t짜리 이하의 소형 LPG 저장탱크를 설치하고 세대마다 배관망을 통해 LPG를 공급해 취사와 난방을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공급시스템이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충남 천안을)이 한국LPG산업협회에서 제출받은 ‘마을단위 LPG 배관망 시범사업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곡마을의 경우 1~3월 취사·난방비가 전년보다 평균 29.5% 줄었다. 가구당 3개월 동안 61만4672원을 사용했는데 배관망을 설치한 뒤 43만3182원에 그쳐 18만1490원이나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난방용은 LPG 318.6㎏(㎏당 1290원), 41만994원이 사용돼 등유 427.6ℓ(ℓ당 1349원), 57만6832원에 비해 29%(16만5838원)가 줄었다. 취사용은 월 평균 17.2㎏을 사용해 기존요금 3만7840원에서 2만2188원으로 41% 감소했다.
이와 함께 가스통과 고무호스가 사라져 안전도가 향상되고 마을미관이 좋아지는 부수효과가 나타났다.
마을주민 이종오씨(60)는 “관리업체가 가스 충전해 주고 계량기 검침해 요금이 나왔을 때 자동이체하면 끝”이라며 “우리 마을을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역 주민들의 방문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마을 여건, 주민합의가 중요= 박완주 의원실에 따르면 마을단위 LPG 배관망 사업은 1월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로부터 에너지 취약계층 및 지역 균형발전 우수모델로 평가받았다.
또 정부도 성과가 좋은 점을 감안, 시범사업비를 올해 36억원에서 내년 70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올해 시·도별 9개마을에 추가 시범사업을 벌이고 2018년까지 전국 117개 마을, 2019~2023년에는 184개 마을을 선정할 방침이다.
박 의원 5월 정부 예산과 기금으로 소형 저장탱크 보급을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마을 여건, 비용, 주민합의 등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삼곡마을은 1970년대 택지정리를 통해 조성된 곳이다. 집 간 거리가 멀지 않고 마을안 도로를 따라 배관망을 묻기에 적합한 장점이 있었다. 다시 말해 집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마을은 도입이 결코 쉽지 않다는 뜻이다.
또 소형탱크 설치 위치, 배관망 매설지 등에 대한 주민들의 양보와 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삼곡마을은 소형탱크를 어디에 설치하는가를 놓고 갑론을박하다 결국 마을회관 앞으로 정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박 의원은 “농어촌지역 주민의 주거만족도를 조사하면 난방시설 만족도가 가장 낮은데 이는 소득이 낮을수록 값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불균형 때문”이라며 “마을단위 LPG 배관망 사업을 확산시켜 농어촌복지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