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과 들에서 자생하는 ‘여뀌’는 잡초가 아니라 우리 몸의 피를 맑게 하는 약초입니다.”
그동안 잡초로 알려진 여뀌(지방말 ‘여꿋대’)를 제자리인 약초로 돌려놓은 정진학씨(77·전북 김제시 요촌동·사진)는 요즘 ‘여뀌 홍보 전도사’로 나섰다.
정씨는“농민들이 잡초로 여기는 바람에 요즘 씨앗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제발 마구 없애버리지 말도록 <농민신문>에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뀌는 한방에서 수요(水蓼)·택요(澤蓼)·천요(川蓼)·수홍화(水紅花)·홍요자초(洪蓼子草)라고도 한다. 마디과의 한해살이풀로, 풀밭과 냇가 등 우리나라 어디서나 잘 자란다. 키가 40~80㎝ 자라고 홍갈색 빛을 띠며 6~9월에 꽃이 피고 10~11월에 열매가 익는다. 잎과 줄기에는 타닌 성분이 있어 항균작용이 뛰어나며 휘발성 정유성분이 혈관 확장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에서는 여뀌의 잎과 줄기를 찧어 냇가에 풀어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 데 이용했다고 하여 ‘어독초’로도 불린다.
정씨는 40여년 전부터 여뀌의 효능을 알고 애용해 왔다. <동의보감>에서 여뀌가 ‘활혈(活血)’ 작용을 하고, <본초강목>에 “여뀌[蓼葉]는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독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정씨의 여동생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자 여뀌 달인 물을 마시고 효험을 본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부터 정씨는 여뀌를 직접 유휴지에 재배해 분말과 비누로 만들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아토피 피부염과 비염 등 난치병 치료에 효과를 본 사람들의 도움으로 여뀌를 이용한 기능성음료 제조방법으로 특허권도 획득했다.
정씨는 “여뀌에는 항산성·항균·항염·항히스타민·활혈작용에 효험이 있는 성분이 들어 있어 혼탁한 피로 인한 심혈관계질환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뀌는 가을철에 씨앗을 털어내고 뿌리부터 전체를 잘 말린 후 보관하면서 물에 넣고 끓여 음료수로 마시면 좋다. 정씨는 “여뀌를 유휴지나 묵은밭에 많이 심어서 질병으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보급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쁘게 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