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14일 최대 18만t의 쌀을 시장격리하겠다고 발표했다. 통계청이 이날 올해 쌀 예상생산량을 풍작 수준인 418만4000t이라고 발표하자 공급초과분에 대한 선제적 시장격리를 천명한 것이다. 풍작과 관세화로 인한 농업인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조치라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올해 예상생산량=통계청은 올해 쌀 예상생산량을 418만4000t으로 전망했다. 이는 풍작이었던 지난해 생산량(423만t)보다 1.1%(4만6000t)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10α(300평)당 예상생산량은 올해 513㎏으로 평년(496㎏)뿐만 아니라 지난해(508㎏)보다도 1%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전국 6600개 벼 표본구역에서 9월15일 기준 작황을 조사해 산출한 결과다.
5~6월 기상호조로 유효 이삭분얼수가 늘면서 ㎡당 낟알수가 증가한 것이 주요인이다. 등숙기인 9월에 기상여건이 좋았던데다, 병충해와 수해 등의 피해가 크게 없었던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단위면적당 생산량 증가에도 예상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은 벼 재배면적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벼 재배면적은 개발에 따른 논 면적 감소와 밭작물 전환 등의 여파로 지난해보다 2.1% 감소한 81만6000㏊로 집계된다.
도별 예상생산량은 충남이 83만5545t으로 가장 많고, ▲전남 79만8651t ▲전북 65만7559t ▲경북 55만9752t ▲경기 44만4422t ▲경남 36만4734t ▲충북 21만4241t ▲강원 16만2923t ▲제주 624t 순이다.
◆수급전망=2015양곡연도(2014년 11월~2015년 10월)의 신곡 수요량은 400만t으로 예상된다. 식량용(319t)·가공용(19t)·종자용·공공비축용 등을 비롯해 1인당 연간 쌀소비량 감소를 감안한 추정치다.
내년도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올해 65.8㎏보다 줄어든 64.4㎏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올해 예상생산량이 신곡 수요량보다 18만4000t 많아 공급과잉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2013년산 민간부문(농협·민간RPC 등) 재고는 9월말 기준 약 7만t으로, 2014양곡연도가 종료되는 이달 말까지 거의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5일 현재 햅쌀의 산지쌀값은 80㎏당 17만7844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열흘전 구곡가격에 비해 7% 높은 수준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의 햅쌀가격(18만3560원)보다 3.1% 낮은 수준이다. 올해 벼 작황이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확기 가격이 지난해보다 낮게 형성되는 형국이다.
◆정부대책=공급초과분을 선제적으로 시장격리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장격리 물량은 쌀값 동향과 11월 중 확정되는 실수확량을 토대로 정하고, 수급불안과 가격 급등 등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밥쌀용으로 방출하지 않기로 했다. 가공용이나 주정용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
또 미곡종합처리장(RPC) 벼 매입 지원자금 1조2308억원 중 아직 배정되지 않은 2654억원을 이달 말까지 지원 완료하기로 했다. 정부와 별도로 농협중앙회도 지역농협에 벼 매입자금 1조3000억원을 무이자로 지원하기로 했다. 수입쌀 부정유통 방지 노력을 강화하며 쌀 소비촉진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정부의 쌀 시장격리는 2010년 이후 처음”이라면서 “풍작으로 수급불안 요소가 있는데다, 내년도 관세화를 앞두고 농업인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공급초과분을 시장격리한 이후에도 시장불안이 지속되면 추가적인 개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관세화 첫해에 심리적인 요인으로 가격폭락을 겪었던 대만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선제적인 시장개입으로 쌀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