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농축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현재 2만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상당부분 해소해 주고 있다. 이렇듯 외국인 근로자가 농촌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고 있지만, 여전히 고용허가제의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농업인의 목소리가 거세다.
◆농가엔 소금 같은 존재=14일 오후 3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일대 이석권(62)·이원호씨(38) 부자의 농장. 쪽파를 파종하고 수확 및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농장에 들어서자 캄보디아·태국·베트남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능숙한 솜씨로 작업해나갔다. 이씨는 “고령화·부녀화 등으로 일손을 구하기 어려운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금과 같은 존재”라면서 “이들이 없으면 농사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씨 부자는 현재 외국인 근로자들 덕분에 49만여㎡(약 15만평)의 쪽파와 쌈채소 농사를 짓고 있다.
국내 농축산업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온 것은 2003년부터다. 국내 농촌의 고령화와 함께 농축산업 분야 노동력에 공백이 생기면서 정부는 농업 부문에도 산업연수제를 도입한 것.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영농기계화와 자동화가 농촌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생긴 공백을 어느 정도 메웠지만, 시설재배업과 축산업은 영농기계화로 대체가 어려운 작업이 많다 보니 여전히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연수제 도입 첫해 923명이 외국인 농업연수생으로 들어왔고, 2004년 고용허가제로 바뀌면서 그해 2000명이 들어왔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들이 해외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외국인 근로자의 농업 분야 쿼터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국내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1만9726명. 전체 외국인 근로자의 8%에 달한다. 올해도 6000명이 배정됐다. 쿼터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농축산 분야에서 차지하는 역할도 크다. 특히 일손이 상대적으로 많은 시설채소와 축산업에 외국인 근로자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농업분야 배정 인원, 8000명 이상 상향해야=하지만 고용허가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됐지만, 농업인들은 여전히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농촌 현실과는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현행보다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촌 인력 부족이 다른 산업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의 ‘2013년 체류외국인 실태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내·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농업경영체 중 과반수 이상(58.2%)이 외국 인력 고용에도 여전히 인력 부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건 농협 농촌지원부 팀장은 “농촌의 심각한 일손 부족난을 감안하면 현재 6000명인 농업분야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적어도 8000명 이상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고의적인 농장 이탈 방지 대책 마련도 과제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 중인 시설채소농가들은 “외국인 근로자의 상당수는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과 비교하면서 임금이 적다고 시간외수당을 요구하며 수시로 농장을 떠나려는 행태를 보여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계약 만료 최소 1년 전에 (부당한 이유를 내세워) 계약 해지를 요구할 경우 사용자인 농업인에게 외국인 근로자의 강제 귀국 조치 요청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근로자의 선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외국 인력의 배경이나 경험이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농업 등 업종별 특성에 맞는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서리 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은 해당 분야의 종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만큼 선발과정에서 농업의 특수성을 반영,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밖에 현재 3ㆍ6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의 도입시기를 연초로 앞당기고, 수확 등 농작업이 집중되는 시기에 근로를 제공하는 단기 계절근로자 제도의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