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0주년 특별기획 50부작(42)설 곳 없는 국내산 녹용가격경쟁력 ‘취약’ 관련법 ‘깐깐’…한약재시장 외국산 점령국산 건녹용 도매 값, 수입보다 최고 3배 비싸 원료의약품 인정받으려면 제조시설도 갖춰야 정부의 건조시설 설치 지원·효능연구 등 필요
◆녹용거래 현장=토요일인 1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한약재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상점들이 줄지어 선 이곳에서 국내산 녹용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국내산 한약재를 취급한다는 팻말이 커다랗게 세워진 상점 한곳의 상인은 “국내산 건녹용은 값이 비싸 판매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뉴질랜드산 건녹용을 많이들 사간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러시아산 건녹용 75g(2량)이 12만원, 뉴질랜드산 건녹용이 10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녹용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또 다른 가게에선 주인이 “국내산 건녹용을 판매하는 것은 관련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판매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러시아산 건녹용을 추천했다. 국내산 녹용의 경우 정부가 인증한 건녹용 제조시설에서 건조과정을 거쳤을 땐 한약재로 판매 가능하지만 이곳 가게 주인은 국내산 녹용은 한약재로 판매할 수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한약재 상점 4~5곳을 추가로 방문했지만 국내산 건녹용을 판매하는 곳은 단 한곳도 찾을 수 없었다.
◆수입에 밀려나는 국산 녹용=수입 녹용의 높은 가격 경쟁력에 반해 국내산 녹용은 과도한 규제 등으로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산 녹용 유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녹용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녹용 유통량의 70%를 소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소비하는 녹용 대부분은 외국산이다. 특히 전체 녹용 소비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으로 알려진 한약재 시장에서 판매하는 국내산 녹용은 고작 5%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관세청의 품목별 수출입실적 통계에 따르면 녹용 수입량(녹용전지 기준)은 2012년 198t에서 2013년 210t으로 증가했다. 이는 국내 녹용 총 생산량이 2011년 117t, 2012년 93t, 2013년 84t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한국사슴협회 조사 결과와 반비례하는 수치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주요인으로는 가격 경쟁력이 지목되고 있다. 비싼 국내산 녹용보다 저렴한 수입 녹용을 사용하면 마진율이 높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의원과 한약방에선 수입 녹용을 선호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사슴협회 관계자는 “국내산 건녹용의 경우 도매가격(37.5g 기준)은 평균 1만4000~2만원이지만 수입 건녹용은 이보다 절반 정도 낮은 7000~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용 관련 법도 국내산 녹용의 판로를 확대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법엔 녹용이 축산물로 규정돼 있지만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서는 의약품으로 분류해 놓아 한약재료로 사용하려면 원료의약품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규격시설을 갖춘 곳에서 생녹용을 건조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농가 개인이 건녹용 제조시설을 갖추기란 비용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분 농가에선 생녹용이나 녹중탕 등 식품으로만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농가들은 녹용을 건조해 원료의약품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생산원가가 많이 들 수밖에 없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대책은=전문가들은 국내산 녹용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약재 시장에서 국내산 녹용이 판매되도록 하기 위해선 각 시·도에 2~3개의 녹용 건조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국산 녹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효능·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산 녹용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지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손창남 한국양토양록농협 상임이사는 “한의원에서 국산 녹용을 사용해 준다면 사슴농가의 소득증진과 국내 양록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위생적인 상태에서 녹용을 생산하려는 농가들의 노력과 녹용의 기능성을 입증하려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녹용 전문가들은 18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에서 ‘한국녹용학회’를 창립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 전병태 건국대 동물생명과학대 교수는 “갈수록 침체돼가고 있는 한국 녹용산업에 대한 발전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여러 전문가들의 지원으로 녹용학회를 창립하게 됐다”며 “학회가 녹용연구 및 발전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할수 있도록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