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흘려버렸던 태양열에너지를 모아 밤에 시설하우스에 난방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니 신기합니다.”
최근 농진청이 전남 곡성에서 개최한 ‘태양열 축열식 히트펌프시스템 현장평가회’에 참석한 농업인들은 새로운 난방시스템 설명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태양열 축열식 히트펌프시스템은 낮동안 태양열에 의해 데워진 온실 내부 공기를 히트펌프의 열원으로 사용, 난방용 온수를 생산하고 밤이 되면 온실에 공급해 실내온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대상작물은 제한이 없으며 비닐하우스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이 시스템은 열에너지를 모아 온수를 생산하는 히트펌프, 생산한 온수를 저장해 이용하는 축열조, 온실 내외부의 공기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는 공기순환장치, 난방시스템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제어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설재배 상황에서는 태양열로 인해 온실 내부온도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오르면 따뜻한 실내공기를 외부로 배출해야 하지만, 새 시스템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온실 안이 과열되면 실내에서 열에너지를 추출하고, 내부 온도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외부에서 열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작물 생육에도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농진청 실증시험 결과 새 시스템은 경유온풍기보다 난방비가 80% 정도 적게 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공기열 히트펌프에 견줘 난방 성능이 32%가량 높았다.
지열 히트펌프와는 난방 성능이 거의 비슷하지만 설치비가 40%나 저렴한 것도 특징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설치비는 정부보조를 50% 받을 경우 농가 부담이 3300㎡(1000평)당 3억원 정도 소요되지만 앞으로 보급이 확대되면 시설비가 크게 낮아질 것”이라며 “게다가 한번 설치하면 최소 10년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기름보일러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새 시스템은 냉방도 가능해 연중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전남 곡성에서 육묘장을 운영하는 김용규씨는 “태양열 축열식 히트펌프시스템을 올 여름철 육묘에 활용해 고온장해도 피하고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내년부터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이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권진경 농진청 연구사는 “비교적 기온이 높은 남부지역의 중소규모 온실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063-238-40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