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로 체리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키위·멜론 등의 과일시장도 점진적으로 개방된다. 또 채소류 중에선 그동안 우리나라가 뉴질랜드로부터 수입을 많이 했던 호박이 계절관세를 통해 문턱이 낮아지게 돼, 해당 농가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뉴질랜드 FTA 협상 타결로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는 과일 품목은 단연 키위다. 키위는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수출품으로 현재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관세가 45%지만, 6년 뒤엔 완전히 철폐된다. 특히 뉴질랜드 키위는 매년 국내 수입량이 3만t 안팎에 이를 정도로 주요 수입과일로 성장한 상태여서, 이번 협상 타결로 수입량이 더 늘어날 경우 국내 참다래 농가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틈새 작목으로 국내 재배가 점차 늘고 있는 체리 역시 피해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뉴질랜드산 체리는 2012년 117t, 2013년 145t 등으로 국내 수입량은 많지 않지만, 점차 증가 추세라는 게 농업인들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더욱이 수입 체리는 과거 미국산 중심에서 최근 칠레산 등으로 수입국이 다변화되는 추세여서, 뉴질랜드산 체리까지 본격 가세할 경우 국내 과일시장 쟁탈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는 국내 체리 재배농가들뿐만 아니라 대체 관계에 있는 다른 과일 품목 재배농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실제 한·미 FTA 발효를 계기로 종전 24%의 관세가 사라진 미국산 체리가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국산 체리는 물론 포도·토마토·자두 같은 대부분의 여름철 과일과 열매채소류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이를 방증한다. 최근 3년간 꾸준히 20t 안팎이 국내에 수입됐던 뉴질랜드산 멜론 역시 이번 협상 타결을 계기로 관세가 점차적으로 철폐돼 향후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채소류 중에서는 호박이 계절관세 형태로 국내 시장 진출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산 호박은 지금도 농산물 가운데 단일 품목으로는 키위와 함께 가장 많은 수입량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단호박을 중심으로 한 국내 수입 실적은 2011년 1만7790t, 2012년 2만4220t, 2013년 2만4450t 등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
이와 함께 이번에 타결된 협상에선 감자(조제저장처리), 흰 포도주, 딸기(조제저장처리), 복숭아주스, 채소주스 등 다양한 종류의 가공식품이 점진적인 관세 철폐 대상에 포함돼 수입 확대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 가락시장 중앙청과의 김갑석 과일경매부장은 “중국과의 FTA 협상 타결로 열대과일 시장이 개방되고 여기에 뉴질랜드산 키위·체리와 가공식품 등이 가세할 경우 국내 과일 재배농가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뉴질랜드의 경우 과일 등 농산물 수확시기가 우리나라와 다른 남반구에 위치한 만큼,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과일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컨대 국내에 주로 수입되는 뉴질랜드산 키위는 5~12월에 수입되기 때문에 국내산 참다래 출하시기(12월~이듬해 4월)와 크게 겹치지는 않는다”며 “또 체리는 칠레산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국내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