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보다 포근한 날씨가 일주일가량 이어지면서 농산물 유통현장엔 품목별로 희비 쌍곡선이 그려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19일 평균기온은 5.6℃로 지난해(1.1℃)보다 4℃ 이상 높았다. 30년간 평균치인 평년 기온(5.3℃)과 비슷한 수준이긴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의 추위를 떠올리는 사람들에겐 무척 따뜻하게 느껴지는 기온이었다. 20~25일에도 일평균 기온이 최고 11.3℃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4.7℃)는 물론 평년(5.4℃)을 훨씬 웃도는 10℃ 안팎의 기온이 이어졌다. 같은 기간 광주·부산 등 남부지방은 물론 가장 춥다는 대관령지역조차도 평년 기온을 최대 4~5℃ 상회했다.
예상 밖의 따뜻한 날씨가 달갑지 않은 곳은 단연 김장채소류 판매현장. 당초 업계에선 올 김장철 대목이 이달 20~30일께 절정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윤종구 농협 청과사업단 채소부장은 “예년 이맘때엔 기온이 큰폭으로 떨어져 ‘이제 김장할 때가 됐구나’ 하는 인식을 갖게 하고, 이 같은 인식이 매기 확산으로 이어지곤 했는데 올해는 25일 현재까지도 잠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장철 대목이 일주일 이상 뒤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자 배추·무 등의 수확을 잠시 중단하는 등 출하를 관망하는 산지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울수록 잘 팔린다는 감귤 등 일부 과일 재배농업인들도 눈금이 올라간 온도계에 원망의 눈초리를 보내긴 마찬가지. 고성만 제주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는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대형 유통업체들이 감귤 판매가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산지에 물량 확보를 주문했지만 이후 이들로부터 추가 발주가 적어 오름세를 탔던 산지 밭떼기 시세가 한관(3.75㎏)당 4000원 선 이하로 다시 내려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 대표는 “경기가 극도로 위축된 탓도 있겠지만 감귤은 추워질수록 재구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속설이 입증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부 열매채소류는 시세가 조금씩 회복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품목은 야외활동용으로 많이 쓰인다는 공통점이 있어 기온이 비교적 높은 날씨 덕을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서울 가락시장을 기준으로 애호박은 25일 현재 20개들이 상품 한상자가 1만5300원 선에 거래되는 등 최근 일주일간 1만5000~1만7000원대의 안정적인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엔 1만2000원 선이었다. 가지 시세도 8㎏들이 상품 한상자당 2만원대 초반을 유지, 지난해보다 1000~2000원 높다.
풋고추(청양)는 10㎏들이 한상자가 7만원대를 돌파하는 등 초강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바닥세였던 지난해 수준(3만원대 중반)을 갑절 가까이 회복하고도 남고, 근래 들어 괜찮았던 2010년 수준(5만5000원 수준)보다도 높은 시세다. 딸기 역시 2㎏들이 상품 한상자가 3만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