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고민? ‘적정기술’에서 답을 찾다’적정기술이란?…지역에 있는 재료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철판·드럼통으로 만든 화목난로…깡통난로구들·태양열 온풍기 등 초보자도 며칠만에 만들 수 있어저렴한 비용·열효율 뛰어나 ‘인기 겨울철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난방비다. 기름값 걱정에 석유보일러 켜기가 겁나고, 화목난로는 나무만 잡아먹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인다. 그렇다고 전기장판 한 장으로 몸을 녹이기엔 겨울 추위가 너무나 매섭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귀농·귀촌인을 비롯한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특급 비법’이 돌고 있단다. 철판과 드럼통으로 만든 화목난로, 깡통난로구들, 태양열 온풍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더욱이 이들 난방기는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는 ‘적정기술’을 활용해 더욱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기술, 적정기술 적정기술은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재료를 활용해 손쉽게 다양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뜻한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착한 기술’ 혹은 ‘생존을 위해 익혀둬야 할 기술’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1960년대 비주류 경제학자인 에른스트 슈마허가 주창한 ‘중간기술’이 발전한 것으로, 지역별로 특성을 살려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를 돕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특히 개발도상국 지원에 널리 활용된다. 아프리카 사막지역에서 먼 곳까지 편하게 물을 나를 수 있는 큐(Q)드럼, 필리핀 빈민촌에 보급된 페트(PET)병 태양전등 등이 좋은 예로 꼽힌다. 국내에 적정기술이 본격 도입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귀농인들을 중심으로 농촌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들이 시도됐다. “난방비 부담이 적은 도시생활에 익숙하던 귀농인들에게는 난방비 문제가 가장 절박했어요. 결국 스스로 국내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적정기술 자료를 찾아가며 각종 화덕과 난로를 만들고 기술을 공유하게 됐지요. 그런 노력이 오늘날 결실을 본 것이죠.”온라인 커뮤니티인 흙부대 생활기술 네트워크(cafe.naver.com/earthbaghouse) 김성원 대표의 말이다. # 화목난로·태양열 온풍기 ‘인기만점’ 요즈음 가장 주목받는 적정기술 난방기구는 철판·드럼통 화목난로이다. 주물로 된 화목난로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만들 수 있고, 장작을 적게 써도 우수한 화력을 자랑한다. 화력조절이 쉽고, 과거에 쓰이던 아궁이와 달리 연기나 그을음이 적어 쾌적하다. 초보자도 못쓰게 된 가스통으로 이틀 정도 만에 난로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더 나아가 화목난로는 바닥과 공간난방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흙침대·흙의자를 함께 설치한 깡통난로구들(로켓매스히터), 온돌과 벽난로의 장점을 결합한 구들장 벽난로가 대표적이다. 전통 구들을 개량해 열효율을 높이는 방법도 속속 나오고 있다. 태양열 온풍기도 난로와 함께 열효율은 뛰어나면서 비용은 적게 드는 중요한 난방기로 자리잡고 있다. 태양이 없는 날을 대비해 화목난로를 함께 설치하면 난방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 상상 뛰어넘는 호응…진화는 계속된다 농촌 적정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상상 그 이상’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농촌 적정기술 관련 카페 회원수가 20만명에 육박하고, 지난해 12월 전북 완주에서 열린 난로축제인 <나는 난로다>에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을 정도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전북 완주군은 로컬에너지센터를 세우고, 10년에 걸쳐 85억원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충남도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적정기술 에듀파크’ 개설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시설재배용 화목온풍기가 개발돼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절약형 농촌주택과 각종 농기구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 센터(cafe.naver.com/selfmadecenter)의 이재열 대표는 “필요한 물건을 직접 손으로 만들며 성취감을 느끼고, 기술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토론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적정기술의 가치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농촌형 적정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관심의 열기도 뜨거워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조만간 겨울이 춥기만 한 게 아니라 따뜻하고 즐거운 계절로 기억되지 않을까? ◇참고자료=<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김정태·홍성욱 지음, 살림),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김성원 지음, 소나무), ◇사진제공=흙부대 생활기술 네트워크,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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