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 보러 한국 속 알프스, 대관령 의야지바람마을로 놀러오세요!” 양 체험마을인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2리 의야지바람마을 주민들이 양띠 해를 맞아 마을의 발전을 기원하며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부터 최석규 마을 노인회장, 함길수 이장, 김영순씨, 한일우씨.
김병진 기자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2리 의야지바람마을 주민들이 양띠 해를 맞는 마음은 각별하다. 해발고도 832m의 대관령을 지붕삼고 있는 고원에서 양 목장 체험을 즐길 수 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의야지바람마을은 농촌체험마을로 변신하면서 예로부터 ‘의로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마을 지명 ‘의야지’에 바람이 많은 지역특성과 마을이 잘되기를 바라는 소망으로 ‘바람’을 합쳐 이름을 새로 지었다.
이 마을에선 체험장 가장 안쪽에 조성된 양 목장을 따라 느릿느릿 산책을 할 수 있고 양 먹이주기는 사계절 내내 가능하다. 봄철엔 운영자의 도움을 받아 직접 양털깎기도 체험할 수 있고, 덩치 큰 양의 등에 올라타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양들은 성격이 온순해 어린아이들도 겁내지 않고 금세 친해진다. 게다가 바가지에 사료나 건초 등 먹이를 넣어 건네면 워낙 먹성이 좋아 바로 달려들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양은 더위에 약하고 추위에 강해 고지대에서 주로 사육된다. 대관령지역에서 주로 사육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씨감자·고랭지채소 주산지인 의야지바람마을이 양 목장 체험을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안된다. 2005년 눈이 많고 오래도록 녹지 않는 악조건을 마을자원으로 활용, 눈썰매장을 운영한 것이 첫 시작이다. 주민들이 10월 말부터 2월 말까지 긴 농한기를 이용해 농외소득을 얻고자 짜낸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2년 만에 임대계약이 끝나 2007년 지금의 시설(옛 삼양목장 공장)로 옮기며 본격적인 체험장을 조성했다. 이듬해엔 삼양목장에서 양을 위탁사육했던 주민 김천규씨(58)가 합류해 체험 프로그램이 한층 풍성해졌다. 삼양목장이 관광사업을 직영화한 것이 의야지바람마을에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의야지바람마을 양 목장에 연중 방목되는 양은 90여마리. 모두 메리노종 수컷이다. 새끼를 배거나 낳은 암컷 양 80마리는 따로 사육사를 갖추고 있다. 이 목장의 차별된 특징은 우리나라에 단 한마리밖에 없는 검은색 양이 있다는 것. 2009년 태어난 이 수컷 양은 상징성 때문에 그대로 사육돼 흰색 양 무리에서 유독 두드러져 보인다.
김씨는 “양들은 여름엔 한데모여 있고 겨울엔 흩어져 살아 사람들은 흔히 ‘남 잘되는 꼴을 못 본다’고 말하는데 오해다. 키워보니까 여름엔 털이 없는 얼굴에 햇빛을 받아 따가우니 서로의 몸으로 그늘막을 만들어 햇빛을 피하고, 겨울엔 각자 햇빛 쪽으로 얼굴을 돌려 해바라기를 한다”고 알려줬다.
의야지바람마을은 영동고속도로 횡계 인터체인지에서 나와 삼양목장과 대관령 하늘목장으로 가는 초입에 위치해 있다. 사계절 내내 갖가지 체험이 가능해 해마다 전체 주민수보다 1000배 많은 12만명의 내외국인이 찾아온다. 지난해 세월호 여파로 학생들 수학여행이 대부분 취소됐지만, 외국인 체험객이 한해 평균 7만~8만명에 달해 다른 체험마을보다 타격을 덜 받았다.
함길수 이장(50)은 “전체 50여가구 120여명의 주민 가운데 50대 이하 젊은이가 절반가량 돼 마을에 활력이 넘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도 전혀 없어 마을 발전에 뜻을 모으기가 한결 수월하다”면서 “인근의 양떼목장이 2003년 양띠해를 맞아 유명세를 탔던 것처럼 올해는 양 먹이주기 등 갖가지 농촌체험이 가능한 우리 마을이 주목받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