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한국농업 길을 찾자-농업강국은 농업보호 어떻게 하나농업에 ‘무한애정’…헌법에 농가지원 근거까지 명시미국, 가격손실·수입 보전 직불예산 한층 확대 유럽, 농업 공익적기능 중시…소득보전 당연시 스위스, 직불금이 농가소득에서 62%나 차지해소농 중시 두드러져…보조금 우선지원 등 배려 한국농업이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베트남…. 숨돌릴 틈 없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질주 속에 쌀시장도 전면개방 됐다. 무한개방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온 정부는 우리 농업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얘기한다. 그러면서 경쟁력 배양을 강조한다. 하지만 농업강국들과의 힘겨운 싸움에서 자구노력만이 우리 농업을 지탱할 수 있는 유일한 필요충분조건인지 의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경쟁국들이 농업과 농촌에 쏟는 무한애정이 한국농업에 더 절실하게 와닿는다. 끝없는 FTA의 영토확장 속에서도 자국의 농업보호를 위해 이중삼중의 촘촘한 안전망을 둘러치는 농업강국들의 농정전략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보호 강화=자유무역을 주도해 온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시장개방을 통한 공정한 경쟁을 외치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농업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은 ‘2014년 농업법’을 통해 농업보호에 대한 확고한 정책의지를 드러냈다. 2014~2018년까지 시행하는 신농업법은 미국 내 상황을 반영, 고정직불을 폐지해 농업재정지출의 외형을 축소한 듯 보인다. 그러나 가격 또는 수입보전직불제 예산은 이전(2008년 농업법)보다 대폭 늘려 농업보호정책의 기틀을 더욱 강화했다. 2008년 농업법의 ‘가격보전직불제(CCP)’에 비해 품목별 가격지지 보장수준을 한층 더 높인 ‘가격손실보상제도(PLC)’ 도입과, 농가의 실제수입이 일정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의 신설이 단적인 사례다. 또 농업보험지원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농가소득 및 경영안정의 기초가 돼온 마케팅론 제도 역시 그대로 유지했다. 이를 기반으로 미국은 2018년까지 4890억달러의 예산을 농업부문에 쏟아붓는다. 세계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에 힘입어 자국 농가들의 순소득이 크게 늘어나는 호황 국면에서도 농가 보호장치를 줄기차게 강화해 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세계 농산물시장을 놓고 미국과 격돌하는 중국도 농업보호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농업·농촌·농민, 이른바 ‘삼농 문제’ 해결을 통한 경제성장을 목표로 식량생산직접보조, 농자재종합보조, 농기구구매보조, 우량종자보조 등 각종 농업보조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중국 중앙재정의 삼농정책 지출액은 2003년 2144억위안에서 2012년 1조2286억위안으로 10년 새에 5.7배나 증가했다. ◆직불제 확충=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는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직불제를 농업보호의 핵심수단으로 활용해 온 EU는 2013년 공동농업정책(CAP) 개혁을 통해 종전의 단일직불제를 기본직불제로 대체하고, 젊은농가지원직불, 재분배직불, 자연제약직불 등 회원국별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직불제를 신설했다. 동시에 직불지원 시행의 근거도 보다 명확히 했다. 특히 EU는 직불제를 ‘녹색화’라는 개념과 연계시켜 농업보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직불제를 시장개방 피해에 대한 농가소득보전이라는 소극적인 관점에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의 각종 공익적인 기능, 즉 환경보전 및 유지라는 측면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 스위스는 이미 1996년 개정 헌법에 ‘정부는 농업의 다원적기능을 활성화하고 생태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직불제를 통해 농가를 보상할 수 있다’고 명시, 직불제로 농업보호에 앞장서왔다. 스위스 정부의 농식품분야 예산 중 직불금 예산 비중이 1999년 53%에서 2010년 76%까지 확대된 것은 개별 법률이 아닌 헌법에 직접 직불제 지원의 근거를 마련해 농업보호를 강화해 온 결과다. 덕분에 스위스는 직불금이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41%에서 2010년 62%로 증가했다. 스위스도 우리처럼 시장개방 확대로 농가소득(평야지)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9년 37%에서 2010년 10%로 줄어드는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직불금 보완을 통해 농가소득 안정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와 농업여건이 비슷한 일본이 최근 다원적기능직불제를 새롭게 농업보호에 활용하는 정책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가족농 중시=세계적인 농업강국들이 농정 대상의 무게중심을 가족농에 두고 지원을 강화하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미국은 소농이나 신규 영농인 등이 농산물 생산·판매와 관련한 사업을 추진할 때 보조금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중소 규모 농장을 대상으로 한 융자보조금제 운영을 통해 가족농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영양보조 프로그램을 소농지원과 연계시키는 정책도 확대하고 있다. EU는 소규모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2015년부터 농가당 연간 500~1000유로를 지급하는 ‘소농직불’을 실시한다. 또 영농 경력 5년 이하의 40세 미만 농업인을 대상으로 최대 5년 동안 지원하는 ‘젊은농가지원직불’을 시행해 가족농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 같은 새로운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 가족농이 농업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가족농이 경제·사회적으로도 많은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대응으로 영농의 규모화를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식량의 안정적인 생산과 고령농의 소득안정 등을 위해 가족농을 중시하는 세계적인 흐름은 깊이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출처: 농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