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충남 청양 알프스마을을 찾은 방문객들이 가지각색의 볼거리·놀거리·즐길거리를 체험하고 있다.
알프스마을은 새해 벽두부터 수많은 사람들로 야단법석이었다. 갖가지 눈 조각과 얼음분수를 보며 나오는 탄성, 줄 하나를 몸에 달고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나는 짚트랙이나 썰매를 타며 내지르는 아이들의 환호성으로 시끌벅적했다.
충남 청양 칠갑산 정상 아래 산기슭에 위치한 알프스마을. ‘천장처럼 높다’고 해서 지명이 천장리로 붙여질 만큼 오지중에 오지였다. 하지만 충남의 알프스라 불리는 칠갑산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얼음분수축제를 개최하며 이 산골마을은 6차산업의 전형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했다.
알프스마을은 2015년 첫날 일곱번째 축제를 시작했다. 1일 하루에만 5000여명이 방문했다. 눈발이 거세게 내리던 2일 오전에도 마을로 들어가는 차량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노승복 알프스마을 기획·홍보팀장은 “지난해 모두 20만명이 다녀갔고 올해 3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년 행사규모가 커지고 방문객이 늘어나다 보니 행사진행 요원도 130여명에 달한다. 우선 주민들에겐 나이·성별에 맞춰 적당한 역할이 주어진다.
제2식당에서 어묵·컵라면 등 간식을 판매하며 식당관리 임무를 맡고 있는 안재옥 부녀회장(60)은 “이제는 주민들이 겨울축제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잘 알고 있다”며 “바쁠 때는 밥도 제대로 못먹을 정도지만 일하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식당 앞에서 장작불에 밤을 굽던 임황관씨(75)는 “지난해는 썰매를 끄는 소를 몰았는데 이번에는 밤굽기로 정해졌다”며 “종일 서 있어야 돼 힘들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리 마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힘을 보탤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마을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얼음썰매장과 제4식당 근처에서는 오복희 노인회장(80)이 분주하게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식당에 난로가 2개 있는데 불꺼지지 않게 통나무 잘 넣어줘야 돼. 어린애들이 많으니까 사고 안 나게 챙겨줘야 되고. 내 일은 별로 어렵지 않아. 내년이고 후년이고 앞으로 힘 닿을 때까지 계속해야지.”
37가구 100여명 가운데 이들처럼 현장에 투입된 40여명 이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회관에 모여 어묵 끼우기, 옥수수 찌기 등 현장에서 군것질용으로 판매할 간식재료를 만들어 간접 지원에 나선다.
알프스마을은 또 축제기간 동안 이웃동네 주민과 청양에 연고를 둔 대학생 등 70여명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공개채용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기능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천장리 주민 등 직원 19명으로 조직된 알프스마을영농조합법인은 사업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얼음분수축제를 바탕으로 2011년부터 세계조롱박축제(8월)를 개최하고 지난해는 처음으로 칠갑산콩축제(11월)를 열었다. 특히 올해부터 조롱박축제가 끝난 뒤 박속을 이용해 화장품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예정이다. 인근 폐교를 임대해 뷰티센터를 조성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매년 3~4월 뷰티페스티벌을 개최해 사계절 축제를 완성한다는 장기계획을 세워놓았다.
알프스마을을 가꾼 일등공신인 황준환 대표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이제 알프스마을은 전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찾는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됐다”며 “앞으로도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마을의 리더는 모범적인 언행으로 신뢰를 얻으면서 앞만 보고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는 실천의지를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칠갑산얼음분수축제는 50점의 얼음분수 등 볼거리와 얼음봅슬레이·이앙기썰매 등 놀거리, 빙어낚시 등 즐길거리, 사골떡국·군밤 등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으며 2월22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