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에서 호접란 조직배양 모종을 생산하는 박노은씨가 출하를 앞둔 호접란을 살펴보고있다.
올해로 30년째 호접란을 재배하는 박노은씨(68·충남 태안)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따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모종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그는 “호접란은 양란 중 시장규모가 가장 크고 부가가치도 높지만 모종의 95%가 중국 또는 대만산”이라며 “조직배양을 통해 국산 모종 보급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배양이란 작물에서 생장점 등을 추출해 다량의 식물체로 증식시키는 기술. 호접란은 작물 특성상 수직성장은 하지만 수평번식은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박씨는 증식을 위해 원괴체(생장점 배양을 통해 만든 것으로, 일정시간 후에 완전한 식물체로 자라남) 유도방법이나 분얼방식 등의 기술을 이용한다.
원괴체 유도방법은 작물의 줄기에 자라난 생장점을 떼어낸 뒤 생장을 조절해 50~100개의 원괴체로 만들고, 이를 다시 배양해 더 많은 원괴체로 증식하는 것. 기술 도입 초기엔 배양할 때 화학생장조절물질을 사용, 변이가 많이 일어났으나 지금은 감자·사과·바나나 등에서 추출한 천연생장조절물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변이율이 크게 낮다는 게 박씨의 설명.
분얼방식은 작물의 잎 주변 세포를 추출한 뒤 TDZ(생장조정) 호르몬제를 넣은 배지에서 다량의 식물체로 배양시키는 것. 박씨는 “품종별로 분얼방식과 원괴체 유도방법을 번갈아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264㎡(80평)의 조직배양실에서 1년에 호접란 모종 40만~50만본을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배양기술을 이용할 경우 대량증식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수한 형질의 세포 또는 생장점을 추출해 균일하게 증식할 수 있기 때문에 상품성도 높단다. 그는 생산한 모종 가운데 10만본은 자신의 1980㎡(600평) 온실에서 재배하고, 나머지 30만~40만본은 농가 등에 판매한다. 가격은 1본당 700~800원.
박씨는 신품종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교배를 통해 새로운 품종이 나타나면 이를 조직배양 방식으로 대량 증식하는데, 몇해 전엔 <꼬마란>이라는 소형품종을 육성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호접란 시장은 대형품종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대형품종은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활용하기엔 불편할 수 있다”며 “호접란인 <꼬마란> 같은 소형품종의 소비저변을 넓힐 경우 농가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기술개발 노력은 육종분야에 그치지 않는다. 박씨는 생산비 절감을 위해 분갈이용 식재충진기계 등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호접란은 재배기간 동안 모종을 직경 2인치 크기의 포트에서 4인치 포트로 옮겨줘야 한다. 이 작업엔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데, 기존엔 두명이서 8시간 동안 겨우 640개만을 분갈이할 수 있었다. 반면 분갈이용 식재충진기계를 활용할 경우 두사람이 8시간 동안 4800개를 분갈이할 수 있어 기존 방법보다 인건비를 85% 정도 줄일 수 있단다. 4인치 포트에 2인치 포트 거푸집을 넣은 뒤 나머지 부분만을 식재로 채워주고, 이후엔 2인치 포트에 담긴 모종을 꺼내 4인치 포트에 넣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 또 박씨는 육묘하우스를 2층으로 만들어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크게 높이기도 했다.
그는 기술력 향상을 위해 해마다 연구기관 교육을 받거나, 자비로 해외연수를 가는 등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박씨는 “그동안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국내 농가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고, 몇해 전엔 아프리카 국가인 잠비아를 방문해 호접란 재배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각종 기술과 경험을 전수하는 데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010-8778-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