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철마면에서 미나리를 재배하는 김진호·윤영옥씨 부부가 수확한 미나리를 씻고 포장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해 8월 중순 수마가 덮쳤을 때만해도 이렇게 미나리를 수확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땅만은 농민의 땀방울에 대한 보답을 해 주네요.”
6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 이곡리에서 만난 김진호(56)·윤영옥씨(47) 부부는 미나리를 씻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업장 안에서는 김씨 부부와 10명의 인부들이 세척과 선별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8월 중순 유례 없는 집중호우로 인근의 하천이 범람하면서 논 4만9587㎡(1만5000평)에 파종할 미나리 모종을 다 떠내려 보냈다.
미나리 씨줄기(종근) 파종을 10일가량 앞두고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그들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김씨 부부는 “피해가 너무 커서 농사를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농협 직원들과 법무부 보호관찰소 사회봉사자들이 두팔을 걷고 달려와 쓰레기를 치워주고 작업장 뒤에 쓰러진 옹벽을 세워줬다”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복구 지원으로 엉망진창이었던 논이 조금씩 제모습을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수해 직후 김씨 부부는 논을 정비하고 물길과 논두렁을 만드는 데 일주일 정도 걸렸다. 이웃 농가들이 사용하고 남은 미나리 종근을 조금씩 얻어와 논에 파종을 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백로(지난해 9월8일)를 전후로 미나리 종근을 논에 까는 파종작업을 하는데, 지난해엔 수해복구를 하느라 예년보다 20여일 이상 늦어졌다. 하지만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김씨 부부가 밤낮을 잊고 땀과 정성을 쏟은 덕분에 첫 수확은 예년과 비슷한 11월 초순에 이뤄졌다.
김씨 부부는 “비 피해로 파종작업이 늦어졌지만 다행히 미나리가 잘 자라줬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 설 전까지 출하로 바쁜 나날을 보낼 수 있어 행복하고, 가격도 그런대로 잘 받고 있어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해 채소 가격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으로 미나리 시세도 예년보다 낮게 형성됐다. 하지만 그들은 걱정을 하지 않는다. 동부산농협(조합장 하두선) 철마미나리작목반원인 김씨는 청정지역에서 깨끗하고 맑은 하천물을 이용해 미나리를 재배해 품질만큼은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주출하처인 서울 가락시장에서도 김씨 부부의 미나리는 품질이 좋은 것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김씨 부부는 “미나리 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한 게 없는데,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 증가로 생산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수확과 선별작업을 할 인부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철마미나리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최고의 상품을 공급한다는 자부심 하나로 20년간 미나리와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을미년 새해에도 최고의 미나리 생산에만 전념하겠다는 김씨 부부는 “올해는 지난여름의 악몽같은 수해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땅은 정직하고 쏟은 정성만큼 성과를 가져다 준다는 믿음으로 희망의 씨를 뿌리고 거두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