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 과일은 성질이 따뜻하다는 게 공통점인데 효능으로 구분하면 2가지로 나뉜다. 딸기와 복숭아는 혈액대사를 증진시키는 혈약(血藥)이고, 사과와 귤은 수액대사를 개선하는 수약(水藥)으로 말이다.
귤은 수약이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담(痰)이 생긴다. 진액을 생성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담(生痰)의 반작용이 사과보다 완만하지만 평소 근육에 담이 잘 결리거나 가래·콧물·피부 진물 등이 있는 사람은 귤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귤이 사과보다 순환작용이 우수한 이유는 과육이 아닌 껍질에 있다. 귤피(橘皮)라 불리는 귤 껍질은 기운을 돌리고, 진액을 순환시킨다.
자칫 담을 만들 수 있는 과육과 달리 껍질은 오히려 담을 제거한다. 한의원에서 감초 다음으로 귤 껍질을 한약재로써 많이 사용하는 것은 위장의 습담을 제거하여 한약의 소화, 흡수를 돕기 위함이다.
귤은 껍질째 먹기가 어려우므로 귤 껍질을 차(茶)로 권한다. 친환경 귤이 아닌 경우 먼저 잘 씻고 귤을 먹은 후에 껍질을 가위로 잘게 썰어 말린다. 귤피차는 일 년 내내 끓여 마신다. 껍질은 오래 보관할수록 약효가 높아지는데 반드시 상온보관해야 한다. 한의원에서 많이 사용되는 것은 귤피를 3년 이상 보관한 것(진피·陳皮)이다.
일반 가정에서 3년 이상 보관하기는 쉽지 않은데, 습담 제거라는 전문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귤피도 좋다.
귤 껍질을 오래 묵힐수록 좋은 이유는 껍질 안쪽에 보이는 실 모양의 하얀색 부분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백사(白絲)라 부르는데 과육의 겉쪽에 붙은 백사는 비위(脾胃)의 기운을 보하는 약효를 지니지만 그 반작용으로 습담을 만들 수 있다. 귤 껍질을 묵히면 이러한 백사가 자연스럽게 탈락하므로 습담 제거의 효능이 증폭된다. 체질적으로 몸이 습하거나 비만인 사람은 귤 먹을 때 하얀색 실 모양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귤의 백사는 수렴작용이 우수해 비타민C의 흡수력을 높인다. 또한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높여 동맥경화 및 출혈을 예방하는 비타민P가 백사에 주로 함유된 것도 백사의 수렴작용과 상통한다.
귤 껍질에 함유된 성분은 윤기와 보습 효과가 있어 입욕제 및 화장품 원료로도 응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