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구 획정 문제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첫 회의가 18일 열렸다. 회의에 앞서 이병석 위원장(오른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함께 모여 있다.
연합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18일 첫 회의를 열고 위원장과 간사단을 선임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여야 의원 10명씩 20명으로 구성된 정개특위는 선거구 재획정 등 국회의원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해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정개특위가 인구 하한에 미달한 농촌지역 의원을 배제한 채 꾸려지면서 농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선거구 개편과정에서 농업계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가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국회가 예산결정권과 주요 정책시행의 의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농촌 의석수가 줄면 농업예산 축소, 도농 소득·복지격차 확대와 같은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농촌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통해 3년 단위로 일몰기한이 연장되던 농·축협 법인세 과세특례나 면세유 같은 조세감면제도는 물론 농가소득안정망 유지에 필요한 각종 직불제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농어촌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모임’에 따르면 헌재 결정대로 할 경우 수도권·광역시 의석이 30석가량 늘고 지방은 그만큼 줄어든다. 의원모임 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농촌에 철도 하나 놓으려 해도 인구수나 경제성을 이유로 취소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런 판국에 농촌과 지방을 대표하는 의원이 줄어든다면 농촌을 대상으로 어떤 국가정책이 수립·시행될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농업계는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을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선거구를 조정하면 농심(農心)을 대변할 의원이 줄면서 농촌지역의 정치적 소외감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황갑식 경북 영주 안정농협 조합장은 “5~6개 시·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이 주민들의 민원이나 숙원사업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겠냐”며 “교육·보건의료·노인복지 수요가 도시에 견줘 상대적으로 다양한 농촌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선거구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병완 전남 보성농협 조합장은 “도시와 농촌의 인구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정한다면 향후 농촌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없어질 것”이라며 “지방 분권화와 국가 균형발전, 지역 대표성 확보 차원에서 농촌 지역구는 현행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단체들도 선거구 조정을 농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은 “도시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도농 양극화를 해소하는 게 국가적 과제”라며 “정개특위가 농업·농촌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선거구를 획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석준 전북농민단체연합회장은 “농촌지역 선거구 축소는 국토 균형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농촌 공동화 현상을 가속화시켜 엄청난 국가적 비용과 대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전국의 농민단체가 똘똘 뭉쳐 농촌지역 선거구가 유지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