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서리태콩 밀반입 활개…문제점과 대책은보따리상 ‘콩 봇짐’…국민식탁 안전까지 위협시세차익 커 보따리상 ‘단골’ “물량 얼마든지” 곳곳서 판촉 농가보호 고율관세 품목 무색국산 된서리…작년 절반값 ‘뚝’ 안전성 검증안돼 건강도 비상휴대 면세한도 축소 서둘러야 # 지난 17일, 국내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서 ‘수입 서리태’를 검색해 봤다. 검색 버튼을 누르자마자 국내 굴지의 온라인 쇼핑몰과 포털 쇼핑몰의 이름이 줄줄이 떠올랐다. 하나 하나 상품구입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농산 ‘중국산 100% 서리태’ ‘2014년 생산된 서리태 입고’ 등 큼지막한 문구가 나타났다. ‘○○수입잡곡은 정식 수입경로를 통해 정식검역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므로 믿고 구매하셔도 된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였다. 값은 국내산과 비슷한 1㎏에 5800원 선이었다. 판매담당자는 “100%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 수입된 게 맞고 직수입이 아니라 다른 업체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며 “원하는 대로 물량을 맞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 같은 날 서울 양재동의 한 양곡상에 전화를 걸어 ‘수입 서리태’ 구입을 문의했다. 담당자는 “수입잡곡은 매입도 하고 소비자에게 직접 팔기도 한다”고 소개한 뒤 “원하는 양을 얘기하면 얼마든지 보내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정식으로 수입한 물품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물론이다. 양심껏 판매하지 불법행위를 하지는 않는다”고 장담했다. 2008년 중국에서 수입된 154t을 끝으로 관세청 통관 실적이 전무한 서리태 콩이 정식 ‘수입 서리태’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수입 서리태는 최근 수입 잡곡이 건강에 좋다는 풍설에 편승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식 통관절차를 밟지 않고 국내로 유입된 서리태의 유통은 관세법상 밀수죄에 해당된다. 이러한 밀수품의 취급은 관세포탈로 인한 국가 재정상의 손실은 물론 국내 잡곡산업과 생산자·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충북 영동의 한 콩 재배농가는 “지난해 1㎏에 8000원 정도 하던 서리태 값이 올해는 4000원 안팎으로 반토막이 났다”면서 “지난 6년간 밀수 서리태가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국산 서리태가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이한 관세행정 도마위=불법 반입된 서리태가 국내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은 보따리상 반입 농산물에 대한 세관당국의 안이한 대응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식물검역부가 지난해 말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보따리상의 농산물 반입 물량은 2009년 3504건에 2만1675t, 2010년 3532건 2만4612t, 2011년 3807건 2만7015t, 2012년 3867건 2만1109t, 2013년 3210건에 1만8203t에 달하고 있다. 이마저도 검역본부는 보따리상이 휴대품으로 농산물 등을 반입해 정확한 반입량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반입량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서리태의 경우 검역상의 반입실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검역본부가 콩의 경우 서리태·백태·강낭콩 등으로 분류하지 않고 ‘콩’ 하나로만 집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정식 통관을 통한 서리태 콩 수입이 중단된 2009년부터 보따리상들의 콩 반입물량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콩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내내 보따리상 반입물량 상위 5위 이내를 유지했다. 특히 2009년 2481t이던 콩 반입량은 이후 4년 동안 모두 3000t을 넘겼으며, 2012년과 2013년엔 3199t과 3213t이 각각 들어와 반입물량 기준 품목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콩산업 흔들, 소비자 건강에도 비상=이렇게 들여오는 서리태가 국내 농가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하다. 농업인단체 관계자는 “서리태 등 콩 종류는 포장이 어렵지 않고 쉽게 변질되지 않는 데다 시세차익도 커 보따리상의 단골 반입 품목”이라며 “무분별하게 들여오는 서리태 등 중국산 잡곡으로 국내 잡곡산업의 생산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국산 콩의 도매시장 가격은 1㎏당 700~750원 정도로 국내 콩 가격의 5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489%의 양허관세를 물고 수입할 경우 실익이 없어 정식 수입보다는 관세를 한푼도 물지 않아도 되는 보따리상을 통한 밀반입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산 잡곡세트를 가공해 판매하고 있는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밀수 수입콩이 시장을 잠식하고 렌틸콩이나 퀴노아 등의 수입잡곡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국산 잡곡판매량이 예년보다 30%가량 감소했다”며 “언제까지 잡곡을 수매하고 판매하게 될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 같은 서리태 등 보따리 잡곡은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도 적신호가 되고 있다. 정식 통관절차 없이 들여와 제대로 된 검역이 이뤄지지 않은 농산물은 소비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콩생산자연합회는 17일 관세청에서 김낙회 관세청장을 만나 “부정 유통되는 수입 농산물은 국민의 식탁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힘들게 식량자급률 향상에 노력하는 관계 기관과 농업인들의 생산의지를 무력화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밝히고, 관세청 등 관계기관의 강력한 현장 단속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서를 전달했다. ◆관세법 개정 시급=서리태와 같은 중국산 밀수 농산물의 무분별한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보따리상에 대한 제도적 근절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6월,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해 10월 각각 보따리상 근절방안을 담은 ‘관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개정법률안은 지난해 11월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 11월12일 법률안심사소위에 회부된 뒤 감감무소식이다. 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현재 관세청 고시로 규정돼 있는 ‘여행자가 휴대해 국내로 반입하는 농축산물 및 한약재에 대한 관세의 면세한도’를 법률로 규정하면서, 그 한도를 현행보다 대폭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국회 기재위는 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여행자에게 허용된 휴대반입 농산물을 자가소비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수집상을 통해 국내로 유통시키는 사례가 빈번해 국내 농축산물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면서 “국내 생산농가 보호를 위해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품목들이 무관세로 반입됨으로써 국내 농가가 피해를 입고 여행자 휴대품으로 국내에 반입되는 농축산물은 잔류농약 검사 등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 건강에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처: 농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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