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나 떨어졌나=산지 쌀값은 지난해 수확기인 10~12월 평균 16만7348원(이하 80㎏ 기준)에서 올 1월에는 16만2752원으로 4596원(2.7%)이나 떨어졌고, 이후 2월 16만1800원 등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가장 최근인 3월15일에는 수확기 대비 3.9% 낮은 16만764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견줘 1만1272원(6.6%)이나 낮은 수준이다. 2월25일 가격이 10일 전보다 124원(0.08%) 반짝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쌀값 하락에는 브레이크가 없다.
다만 쌀값 하락세가 다소나마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GS&J 인스티튜트는 <쌀가격 동향 제133호> 에서 “지난해 11월 평균 0.5%이던 10일 전 대비 쌀값 하락률이 올 1월에는 0.3%, 2월 이후에는 0.2%, 3월15일에는 0.1%로 낮아지고 있다”며 “쌀값 하락이 진정 국면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런 쌀값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풍작과 산지 유통업체들의 판매부진에 따른 재고량 증가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산지 유통업체의 전체 쌀 판매량은 전년보다 9000t(3.1%) 줄어든 26만7000t으로 집계됐다. 최근 1인당 쌀 소비량 감소폭 확대와 지난해 풍작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쌀 공급이 늘어난 영향으로 농경연은 분석했다.
자연히 재고량도 급증했다. 2월말 기준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량은 113만4000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7%나 증가했다. 높은 재고 수준은 언제든 다시 쌀값 하락폭을 늘릴 수 있는 불안 요인이다. 김명한 GS&J 인스티튜트 농정전략연구원장은 “현재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조사된 상황에서 정부의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작년처럼 쌀값은 단경기까지도 계속 하락하는 모양새를 나타낼 것”이라며 “역계절진폭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 그 폭도 작년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수확기 이후 쌀값 약세가 지속되자 올해 벼 재배의향도 감소했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가 표본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5년 벼 재배의향면적은 90만㏊로 전년보다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지 쌀값 약세는 밥쌀용 수입쌀 낙찰가격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2014년분 미국산 1등급 2월 낙찰가격은 1㎏당 1658원으로 2014년 말 가격(1758원)보다 낮게 형성됐고, 2013년분 중국산 1등급은 수확기 이후 값이 꾸준히 하락한 뒤 올 2월에야 1124원에 판매가 완료됐다. 1㎏당 1124원은 2012년분과 2013년분 중국산 밥쌀용 수입쌀(1등급) 낙찰가격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태훈 농경연 곡물관측실장은 “수확기 이후 국내 산지 쌀값이 약세를 보임에 따라 밥쌀용 수입쌀 수요가 줄어 낙찰가격도 낮게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망은=관건은 정부의 추가 격리 여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쌀 예상생산량 418만t을 기준으로 “신곡수요량 400만t을 초과하는 18만t을 시장격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예상 초과량에 대한 우선격리를 추진했다. 이후 쌀 생산량이 당초 예상보다 6만t 늘어난 424만1000t으로 확정되자 추가 물량에 대해서도 시장격리를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재정당국의 반대로 추가격리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약속대로 추가격리가 이뤄지면 쌀값 하락세는 진정될 가능성이 크다. 농경연은 정부의 약속대로 6만t이 추가로 시장에서 격리될 경우 단경기 산지 쌀값은 수확기보다 1.6% 안팎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대로 정부가 손을 놓는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만약 추가격리가 없을 경우에는 산지 유통업체의 재고 부담이 가중되고 투매현상이 발생해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농경연은 내다봤다.
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은 “현재 산지 쌀값은 6만t의 시장격리에 대한 기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 봐야 한다”며 “추가격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하락폭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는 “추가격리를 기대하며 농민이 보유하고 있는 벼 역시 기온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 보관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격리가 예상보다 늦춰져 단경기 가격 상승폭은 예상보다 작을 수 있는 만큼 추가격리 약속이 하루빨리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