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부터 작목반 이름에서 ‘친환경’이란 단어를 빼야 할 처지에 놓인 충북 충주 노은고향친환경작목반 회원들이 저농약 인증 폐지로 관행농법으로 돌아가야 할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10일 충북의 대표적 복숭아 주산지인 충주 노은지역에서 만난 저농약 인증 과수농가들은 현실적이지 못한 정부의 저농약 인증 폐지 대책에 대해 ‘정부가 하는 일이 그렇지’라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은고향친환경작목반장인 임석귀씨(59)는 “회원들 대부분이 저농약 인증 폐지에 대비해 모두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을 획득했다”며 “하지만 친환경재배에 비해 혜택은 별로 없고 규제만 강화하는 듯한 GAP에 대해서는 상당수 농가들이 친환경농업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수년 전부터 목소리를 높여온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씨는 이어 “내년부터는 작목반 이름에서 ‘친환경’이란 단어까지 빼야 할 지경”이라며 “특히 무농약으로 갈 수 없을 바에야 나부터 아예 관행농법으로 복숭아 농사를 짓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농약 인증 농가들은 그나마 환경과 소비자를 위한다는 신념으로 친환경농산물이 일손이 많이 가고 수량이 적더라도 저농약 인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이들 친환경작목반원들은 농약 사용을 줄이기 위해 번거롭지만 석회·아연 등으로 친환경자재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 무인 해충예찰시스템 도입, 천연살충제를 활용한 병충해 방제, 바실러스균·유산균 같은 미생물 투입 등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다는 것.
친환경작목반 회원농가인 김영선씨(59)는 “<농민신문> 기사를 보면 전국의 4만 과수농가 가운데 무농약 인증 이상을 받은 농가는 겨우 150여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뒤 “이러한 현실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저농약 인증 농가들에게 무농약 인증 이상의 재배를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무농약이나 유기 인증은 하우스 등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면 극히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저농약 인증 농가들은 기존의 혜택을 대체할 만한 정부의 대안이 없으면 모두가 관행농법을 다시 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김주동 노은농협 전무는 “저농약 인증을 폐지한다고 정부에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지만 막상 내놓은 대책들은 농가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뿐”이라며 “무농약 이상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지원이나 별다른 유인책이 없는 GAP 확대 등은 현장과는 많이 동떨어진 대책”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대안 가운데 하나인 민간인증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민간인증이 과연 정부인증처럼 소비자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소요되는 비용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은 있는지 농가들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은복숭아작목회장인 조형남씨(56)는 “소비자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GAP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는데, 민간기관에서 인증한 농산물을 과연 믿어 줄지에 대해 회의가 든다”며 “GAP 인증 농산물을 위한 홍보 강화뿐만 아니라 별도의 판매코너를 만들어 주고, 기존 저농약 인증 농가들이 받았던 친환경직불금을 비롯해 미생물제제와 같은 영농자재 지원 수준의 혜택을 마련해야 내년 저농약 인증 폐지에 대한 농가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