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없이도 중국산 농산물 공습의 영향으로 올해부터 해마다 5200억원 안팎의 농업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로 인해 감축되는 관세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2014년 대비 2015년 이후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연평균 1억3400만달러(약 1450억원)가 증가, 연간 5200억원 상당의 농업생산액 감소 피해가 있을 것으로 계측됐다. 향후 20년간 누적피해로 환산하면 10조40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산 농산물이 관세를 물더라도 국산보다 값이 쌀 정도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 향후 우리 식탁 점유율은 점점 더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중국산 농산물 수입액 증가분보다 국내 피해액이 3.5배 이상 많다는 점은 그만큼 중국산 농산물이 국산보다 더 싸다는 방증도 된다. 쉽게 말해 3500원어치의 국산 농산물을 중국산 농산물 1000원어치가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경연은 피해액 대부분이 재배업에 집중되고 특히 양념채소·엽근채소 등 밭작물이 최대 피해 품목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FTA 관세인하로 인한 피해 뿐 아니라 지속적인 중국산 농산물의 수입 증가 추세까지 고려한 종합적 FTA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석호 농경연 FTA이행지원센터 영향평가팀장은 “FTA 피해라고 하면 보통 관세감축이나 TRQ(저율관세할당) 증량에 따른 피해액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산 농산물은 FTA 없이도 충분히 위협적”이라면서 “중국으로부터의 농산물 수입에 따른 우리 농업의 피해규모는 향후 20년간 10조4000억원에 한·중 FTA 피해액이 더해진 수준으로 봐야 하며, 정부는 일반적인 FTA 피해대책 외에도 시장개방의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종합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전남 나주·화순)은 “정부가 ‘농업의 민감성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한·중 FTA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10년 뒤, 20년 뒤 농업에 생길 피해에 대해서는 놓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며 “거시적 농업지표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가 국내 농업에 미칠 영향은 거대할 수밖에 없는 만큼 농식품부가 마지막 마무리라는 생각으로 종합대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