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재철씨가 직접 개발한 유해동물 기피제를 두더지가 헤집고 간 밭에 넣으며 사용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서 7년간 사업을 하다 2012년 언양에 자리잡은 오씨는 다음해 고추와 콩을 심었다. 하지만 고라니가 콩꽃이 피기 전에 잎을 다 뜯어먹는 피해를 입었다. 할 수 없이 고춧대 1000여개를 사서 울타리를 만들고 그물망을 쳐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가을에 배추를 심은 곳에도 고라니가 설치고 다녀 제대로 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이웃농가에서도 “두더지·고라니 때문에 골치가 이만저만 아픈 게 아니다”라고 난리였다.
지난해 봄 불난 지 2년된 야산에 고사리를 꺾으러 갔다가 ‘불난 곳에는 멧돼지·고라니 등 동물이 오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말에 착안해 ‘탄 냄새’를 이용하면 유해동물의 피해를 막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 때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실험을 거쳐 기피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나무를 태워 숯을 만들 때 나오는 액상의 부산물인 목타르와 마늘향, 소디움 폴리아크릴레이트, 목초액 등을 섞어 케이크형·고리형·액상형 등 3가지 형태의 기피제를 만들었다.
오씨는 “사계절 사용할 수 있도록 점도를 맞추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야생동물이 싫어하는 특수한 냄새를 이용해 두더지·고라니·멧돼지·뱀은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밭작물에 피해를 주는 두더지 퇴치에는 액상형이 적합하다. 우선 밭의 중심부에서부터 1.5m 간격의 동심원 모양으로 기피제를 넣는다. 5~10㎝ 깊이로 땅에 구멍을 파고 기피제를 반숟가락 정도 넣고 흙을 덮는다. 이렇게 두더지를 먼저 밭에서 쫓아낸 후 가장자리쪽에도 기피제를 넣는다.
고라니와 멧돼지는 고리형 기피제를 사용한다. 울타리가 없는 경우는 Y자형 나뭇가지를 밭 주위에 꽂고 동물의 코 높이 위치에 걸어두면 된다. 고라니는 지면에서 30㎝, 멧돼지는 30~50㎝가 적당하다. 울타리가 있을 땐 동물의 코 높이에 맞춰 1~2m 간격으로 기피제를 걸기만 하면 된다. 산에 인접해 있는 밭은 간격을 좁혀서 달아둔다. 뱀은 나올 만한 곳에 사각형 모양의 케이크형을 1~2m 간격으로 놓아두면 된다.
오씨가 개발한 유해동물 기피제는 지난해 1월 울산상공회의소의 ‘중소기업 지식재산 경쟁력 강화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오씨는 특허비를 지원받았고 올 12월에는 특허도 나온다. 오씨는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 오픈마켓과 전화주문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약효 지속기간은 60일이며, 케이크형 10개·고리형 12개·액상형 500g이 각각 9800원이다.
오씨는 “<애니스톱>은 밭·비닐하우스·농작물창고·집·캠핑장·산소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과수농가에 큰 피해를 주는 까치와 직박꾸리 등 유해조수를 막기 위한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080-345-3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