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상병을 예방하거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적용약제가 없어 배 재배농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5월29일 충남 천안 의심주 발생 과원 바로 옆에 위치한 배 재배농가가 병해충 방제를 위해 농약을 살포하고 있다.
화상병에 감염된 배나무가 경기 안성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5월29일 충남 천안배원예농협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국내 최대 배 주산지 가운데 한곳인 충남 천안은 안성과 인접해 있는 데다 지역 내 과원에서 의심주 한그루가 발견돼 해당 나무를 이미 폐기처리했기 때문이다.
의심주를 소각해 묻었다는 농장주 이모씨는 배 열매솎기를 하면서도 착찹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종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요. 2011년 국내서 발병한 가지검은마름병이면 그래도 다행인데 화상병으로 판명나면 큰일입니다. 22~23년된 배나무에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 데 마치 날벼락 맞은 것 같습니다. 원인도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합니다.”
천안지역 과수농가들은 화상병이 추가로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인근의 한 농가는 “4월 배꽃이 피는 시기에 전염원으로 추정되는 꿀벌 등이 활발하게 활동한 만큼 어디로 불똥이 튈지 모르는 데다 효과적인 방제약도 없다고 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예방과 확산 억제를 위한 농용마이신 살포도 시기적으로 늦은 편이고 비용과 효과 등을 고려할 때 농가의 자발적 참여 또한 유도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특히 배 수출에 미칠 영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2011년 가지검은마름병으로 인해 호주 수출이 중단된 경험을 갖고 있어서다.
천안배원예농협의 한 관계자는 “대만으로 나가는 물량이 연간 1만t 정도인 데 만일 수출이 금지된다면 내수로 돌릴 수밖에 없어 배값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의심주 발생이 늘고 화상병으로 확진되는 사례가 증가할 경우 강도 높은 정부의 방제 대책에 대한 농가 반발도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화상병이 발생한 과원은 폐원하고 감염목 100m 이내 배·사과·모과 등 기주식물을 제거·매몰처리해야 한다. 또 방제구역(반경 2㎞ 이내)과 관리구역(반경 5㎞ 이내)이 설정돼 각각 약제 집중살포와 정밀예찰이 실시된다.
의심주 발생 농장주 이모씨는 “봉지씌우기를 6월 말 끝내면 배농사를 거의 다 지어놓은 것과 마찬가진데 당장 폐원하라면 내 목숨을 내놓으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며 강제폐원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