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강화군 양사면 북성2리에서 한찬현 이장이 사막처럼 변해가는 논바닥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요즘 인천 강화군 양사면과 서도면·교동면·삼산면 등 북부 지역 농민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5월26일 찾은 양사면 북성2리. 지금쯤이면 모내기를 끝내고 찰랑찰랑 물이 고여 있어야 할 논바닥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진 채 사막같이 변해가고 있다.
한찬현 북성2리 이장(56)은 “모내기할 물도 없고, 모내기를 한다고 해도 비가 오지 않으면 다 타죽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 약 80㏊ 논 가운데 지하수를 판 서너 농가에서 1㏊도 안 되는 곳만 모내기했다는 게 한 이장의 설명이다.
북성2리 주민들은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어 마을의 관정 3~4곳과 소형 지하수, 철책선 옆 저류지에 조금 저장된 물을 이용해 6월1일 하루 동안만 농가당 3305㎡(약 1000평) 정도씩 물을 대기로 합의를 했었지만 이마저도 포기했다. 모내기를 한다 해도 논물을 대지 못하면 다 타죽게 되는 상황에서 비가 조금이라도 내릴 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한찬현 이장은 “농작물재해보험도 이앙이라도 해야 해당된다”면서 “끝내 모내기를 못하면 특별재난재해지역으로 선포해 생활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말했다.
양사면에서 농지 면적이 가장 넓은 북성1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서빈 북성1리 이장(65)은 “120㏊ 가운데 모내기를 마친 곳은 0.9㏊ 정도밖에 안 되고 주민들 모두 손을 놓고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양사면사무소에 따르면 현재 북성1·2리에 농업용수로 공급하는 북성저수지의 저수율은 15%를 밑돈다. 교산천 물마저 넉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물을 줄 경우 주민들 간의 다툼이 일지 몰라 아예 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모내기를 한 지역의 주민들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이미 양사면 철산리·덕하리 등의 일부 농가는 모내기를 했지만 물을 댈 수 없자 폭염으로 모만 빨갛게 타들어가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렇듯 강화지역의 극심한 가뭄 피해는 최근 5년간 급격히 줄어든 강수량으로 인해 저수율이 낮아진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강화군의 2011년 강수량은 2063.5㎜였지만 2012년 1357.5㎜에서 2013년에는 1275㎜로 줄었으며 2014년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05.4㎜에 불과했다. 게다가 올해 5월까지 내린 비는 105.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3.5㎜보다 적고 2013년 31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강화지사 강서지소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 관리하는 9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고작 10~20%에 불과하다. 강서지소 관계자는 “지난해 워낙 가물었던 데다 올해 비가 오지 않아 고려저수지의 경우 저수율 32% 시점에서 모내기를 하다 보니 지금은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며 “3~4일 간격으로 논물을 대야 하기 때문에 양수장 가동을 위해 하천의 물을 모으고 있지만 최악에는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따라 강화군은 가뭄대책회의를 열고 최장 7월10일까지 모를 낼 수 있도록 모판과 인공상토, 볍씨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비가 오지 않아 대체작물로 콩이나 수수를 심는 농가에는 종자대를 지원할 예정이다.
강화군 관계자는 “지난해 한해에 대비해 예산 91억원을 들여 강화군에 관정 170공을 뚫고 준설 공사를 했지만 올해 72공을 더 뚫기 위해 정부에 예산을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근본적인 대책으로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현재 김포까지 와 있는 한강 물을 농한기에는 교산저수지로 끌어들여 사용할 수 있게 정부에 건의해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안상수 새누리당 의원(인천 서구 강화을)은 지난 5월20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한 지역주민 간담회에서 “앞으로 870억원을 투입해 양사면 북성· 덕하와 강화읍 옥림리에 대형저류지를 조성하겠다”며 “특히 김포 포내양수장에서 대산양수장을 거쳐 교산저수지까지 15㎞ 송수관로를 연결해 강화 북부 지역의 농업용수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지원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 북성2리의 한 주민은 “가뭄에 대비해 철책선 바깥쪽 갯벌이 있는 곳까지 저류지를 확장해 달라고 요구한지 십수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대형저류지 조성과 교산저수지까지의 송수관로 연결을 조기에 시행해 가뭄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