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28일 서울 양재동 aT 화훼공판장 내 절화매장에서 콜롬비아산 수국이 판매되고 있다.
5월28일 서울 양재동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화훼공판장 내 절화매장에는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수입꽃들이 불법거래되고 있었다. aT 화훼공판장은 지난 5월20일 수입 절화 거래양성화를 위해 수입꽃 불법유통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aT 화훼공판장 소속 중도매인 B씨는 “콜롬비아산 수국인데 국산에 비해 품위가 좋다”며 구매를 권유했다. B씨의 매장 건너편에서는 태국산 덴파레가 판매되고 있었다.
중도매인들은 수입꽃을 판매하는 이유로 구색의 다양화 외에도 공급의 안정성을 꼽았다. B씨는 “수국은 대형 웨딩업체에서 많이 찾는데 국산은 공급물량과 가격이 일정하지 않아 거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구색상품 위주로 판매하고 있지만 어버이날을 앞두고 중국산 카네이션도 취급했었다”고 고백했다.
화훼생산자단체들은 이처럼 수입꽃이 불법유통되는 상황에서 거래를 양성화할 경우 수입물량이 증가해 국산꽃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성환 부산경남화훼농협 조합장은 “이윤을 추구하는 상인들이 요구하는 수입꽃 판매를 정부기관인 aT에서 왜 앞장서는지 모르겠다”며 “거래를 양성화하면 결국 시장에서 국산꽃의 설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량과 가격을 축소 신고해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은 꽃들이 시장에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꽃의 거래양성화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aT 화훼공판장 내 중도매인들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수입꽃을 판매하면 주의·경고·영업정지·지정취소 등의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aT 화훼공판장은 그동안 수입 절화를 판매한 매장에 대해 경고 조치만 취했을 뿐 영업정지 이상의 처벌을 내린 적은 없다.
이에 따라 수입꽃 거래양성화에 앞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영수 (사)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수입꽃 취급에 앞서 불법 거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불법유통을 근절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농가의 생산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정근 단국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백합·장미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절화도 일본·러시아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지만 연중 생산이 힘들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영도매시장에서 수입 절화를 취급하는 대신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을 농가의 시설보완 등에 투자해 국내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aT 화훼공판장은 수입 절화의 정가·수의매매를 통한 수수료 1%를 농가의 손실보전금으로 적립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액이 미미하다는 게 화훼 관련 종사자들의 중론이다.
한편 aT 화훼공판장은 당초 6월부터 수입 절화를 취급하기로 한 계획을 재조정해 의견수렴 절차를 더 갖기로 했다. 농가들의 반발과 불법적인 장외거래 등 공판장 운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수용해 도입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영규 aT 화훼공판장 절화부장은 “이번주부터 호남·경기·충청 지역에서 설명회를 개최해 취급품목과 도입시기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