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인 등이 강원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지역 천수답 논에 물을 대기위해 모전리 군선강에 양수기를 연결, 상시동리 시동천으로 다단계 양수 작업을 하고 있다.
강릉=김명신 기자
2일 오전 강원 강릉시 강동면 하시동리. 요란한 양수기 발동음이 이곳 가뭄의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다단계 양수 나흘째인 이곳에서는 농가들과 면사무소 공무원들이 여기저기를 분주히 뛰어다니며 양수기 연결호스에서 물이 새지는 않는지, 귀한 물이 물꼬로 제대로 흘러드는지를 살피고 있었다.
1리와 2리, 3리로 행정명상 구분된 하시동리는 강동면에서도 대표적인 천수답지역. 옛날부터 비가 제대로 오지 않으면 모내기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3월 이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모내기는 고사하고 겨우 모내기를 마친 논 또한 댈 물이 없었다.
오랜 봄가뭄에 마을 앞 시동천은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고, 인근 언별리에 있는 언별저수지와는 수계가 맞지 않아 물이 있어도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농가들은 모를 낸 논바닥이 갈라지는 것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어 5월25일부터 인근 구정면 동막저수지 물을 오봉댐 수로로 끌어들여 강동면 시동천으로 유입하려고 시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군선강 물의 시동천 유입작전.
5월30일 아침부터 양수기 4대를 가동, 2㎞ 거리를 다단계 양수로 연결해 모전1리 군선강 물을 상시동리 시동천으로 끌어올렸다. 다단계 양수가 성공하면서 봄 내 바짝 말랐던 시동천에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김종진 강동면이장협의회장은 “물댈 방법을 찾던 중 마을사람들이 장비가 변변치 않던 20~30년 전에 길게 호스를 연결하는 다단계 양수작업으로 가뭄을 극복했던 지혜를 재현하게 됐다”면서 “여러번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결국 물을 끌어오는 데 성공해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하시동1리에서 논 13만2200㎡(4만평)에 밭 1만6500㎡(5000평)를 경작하고 있는 연순례씨(54)는 “논이 다 타들어가는데 양수에 성공한 시동천 물도 윗논부터 들어오니 아직 물을 대지 못한 논이 많아 속이 탄다”며 “열흘 안에 비가 안 오거나 물을 못대면 올해 농사는 기대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박종훈 하시동3리 이장은 “양수작업을 시작한 지난달 30일부터 3개리의 이장이 돌아가며 번을 서고 있다”면서 “처음엔 휘발유를 사용하는 양수기로 작업했는데 2시간마다 기름을 넣어야 하는 애로가 많아 지금은 경운기 부착용 경유 양수기로 교체해 6시간마다 기름을 넣고 있어 그나마 살 것 같다”고 전했다.
이순남 강동면사무소 산업계장은 “다단계 양수작업을 시작했지만 유류비에다 양수호스 구입가격 등 비용이 만만치않게 들어가고 있다”면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차원에서 선지원하고 있지만 제반 가뭄대책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거리가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토로했다.
다단계 양수조차 불가능한 논에는 2일부터 소방차를 이용해 논물을 공급하고 있다.
하시동3리에서 천수답 6600㎡(2000평)를 혼자 농사짓고 있는 박복화씨(80)는 “모내기한 논이 거북등처럼 갈라져 가는 것을 두고만 볼수 없어 면사무소에 소방차를 이용해서 물을 공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강릉소방서는 소방차를 이용한 식수공급은 가능하지만 농업용수 공급은 방침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2일 강원도와 긴급회의를 갖고 이날부터 소방차의 농업용수 공급을 결정하기도 했다.
박용복 하시동1리 이장은 “우선은 다단계 양수와 소방차를 이용해 논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이 방법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가뭄 장기화에 대비해 관정굴착이나 인근 저수지의 수계변경 등 항구적인 가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