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각지대에 놓인 농식품 벤처=농식품부는 2011년까지 농식품 분야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사업을 실시했다. 창업보육센터 운영, 기술·아이디어 경진대회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벤처기업 육성과 관련된 업무가 중소기업청으로 일원화되면서 농식품부는 이 일에서 손을 뗐다.
문제는 이 업무를 가져간 중소기업청도 농식품 분야 벤처에 대해선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농식품 벤처기업은 시장성과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벤처창업지원 사업의 선정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제도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농식품 벤처기업 창업건수는 2012년 144건에서 2013년 108건, 2014년 63건으로 계속 줄고 있다. 같은 기간 총 벤처기업수는 각각 2만8193개, 2만9135개, 2만9910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농식품 벤처기업은 총 벤처기업의 4.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정과제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와 농업·농촌을 활용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농식품 벤처 육성을 주목한 것이다.
◆농식품 벤처, 기준부터 명확히=농식품 분야 벤처가 사각지대에 놓인 사이 어떤 기업이 농식품 벤처인가에 대한 기준조차 흐려졌다. 농식품부는 현재 농식품 벤처가 1200여개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전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표준산업분류체계에 따라 농업(채소·화훼·과실 등), 제조업(식료품·음료·농업용 기계 등), 농산물 도매 등 119개 업종을 단순히 추려 분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에 농식품부는 ‘농식품 벤처 확인제도’를 도입한다. 그동안 농식품 벤처에 대한 기준이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맞춤형 정책 개발과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곳을 대상으로 진정한 의미의 벤처기업을 가려내게 되며, 선정된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을 하게 된다.
◆연구시설·장비까지 빌려줘=농식품 벤처로 확인받은 기존 벤처기업이나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에는 기업이 원할 경우 원스톱 지원이 이뤄진다. 농식품벤처창업지원센터를 통해서다. 그동안 벤처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관별로 분산돼 있었다. 기술이전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연구개발(R&D)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자금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같은 식이다.
앞으로 하나의 채널을 통해 자금·R&D·컨설팅 등을 일괄 지원받게 되면 벤처기업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했다.
지원체계뿐만 아니라 지원내용도 눈길을 끈다. ‘자체 연구소나 실험실이 없어도 기술개발을 할 수 있는 연구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기치 아래 ‘상부상조 플랫폼(R-I 듀오 시스템)’을 만든다. 이는 농촌진흥청, 정부출연 연구기관, 도농업기술원 등의 연구시설·장비 등을 농식품 R&D 통합정보시스템(FRIS)에 등록하고, 벤처기업이 이를 직접 이용하거나 공동연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원은 제품개발에 그치지 않고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파트너 대기업의 협조 아래 시장정보 분석, 포장 디자인, 상품 네이밍 등 컨설팅 및 마케팅으로까지 이어진다.
◆농식품 벤처, 농업·농촌 발전 견인 가능=㈜오믹시스는 파종 자동화 및 발아율 향상을 위해 종자 패키징 기술을 개발해 일본·중국 등 10개국에 특허등록을 마쳤다. 매출액도 2013년 4억원에서 올해 12억원을 바라보고 있을 정도로 크게 늘었다.
발효울금을 활용한 기능성식품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한국인스팜은 울금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발효기술 및 캡슐형 제품을 개발했다. 매출 증대는 물론 전남 진도지역 울금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이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많다. 이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한다면 농업·농촌 분야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을 물론 농업·농촌이 새로운 성장의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농식품 벤처 육성, 기대효과는=농식품부는 ‘농식품 벤처·창업 생태계 활성화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경우 농업·농촌 분야에 약 1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뿐만 아니라 농식품 벤처기업에 원료 농산물을 공급하는 농가의 소득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장생도라지의 경우 농축액·환 등 20여개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250여 계약재배 농가로부터 6억원어치의 원료를 구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ICT·BT, 문화 콘텐츠 등과 접목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청년 등 젊은 인력의 농업·농촌 유입으로 농업의 6차산업화가 더욱 촉진되고 농업의 체질이 개선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농식품부 주도로 기획재정부·미래창조과학부·금융위원회·중소기업청 등과 구축한 협력 채널이 농업 분야의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핵심기반이 될 것으로 농식품부는 내다봤다.
민연태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관은 “농업 분야는 사무실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이 가능한 타 분야와 달리 작물 재배에 필요한 장소 등 인프라와 기술검증 시간이 필요하고 투자금 회수기간도 길다”며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