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중국·베트남·뉴질랜드와의 FTA 비준동의안을 4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비준안과 함께 FTA 영향평가 결과와 국내 산업 피해대책을 함께 제출했다”며 “FTA 영향평가엔 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을 비롯해 6개 국책연구기관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FTA 영향평가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로 중국산 농산물은 20년에 걸쳐 연간 750만달러(80억원가량)어치가 더 수입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중국산 농산물 수입 증가로 국내 농업 생산액이 15년에 걸쳐 연평균 70억원, 20년 기준으로는 연평균 77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농업과 수산업 일자리는 10년 동안 총 160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사실상 농업 피해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 FTA 피해 분석 모형으로 ‘연산기능 일반균형(CGE)’을 사용했다”며 “(농경연이 1차로 분석한 피해액을) 다른 연구기관들이 상호 검증하는 절차도 거치는 등 정합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피해분석에 사용된 세부 품목이나 구체적인 분석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CGE는 한·미, 한·유럽연합(EU) FTA 때도 사용된 피해분석 모형이다. 당시에도 ‘낙관적·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로 한 모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농업 피해를 산출할 때는 FTA의 직접적 영향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품목은 분석 대상에서 배제해 농업계의 불만을 샀다. 한·EU FTA 피해분석에 사용된 농산물은 쇠고기·돼지고기·감자전분 등 8개에 불과했다.
농업 분야 피해 추정치가 예상외로 적게 산출되면서 피해대책도 농업계의 기대치에 한참 떨어지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정부는 한·중 FTA 대책으로 2016년부터 10년 동안 농업 경쟁력 향상에 1595억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계획을 내놨다. 1595억원은 20년 누적 피해액 1540억원(77억원×20년)을 토대로 수립됐다. 한·미 FTA 투융자계획 24조1000억원의 0.66% 수준이다. 한·EU FTA와 한·영연방 FTA 투융자계획이 각각 2조원과 2조1000억원임을 감안하면, 연간 160억원 수준의 한·중 FTA 대책을 ‘중장기 투융자계획’으로 부르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이번 피해분석은 품목전환에 따른 간접피해나 가공식품 수입 증가로 인한 신선 농산물 피해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며 “허울뿐인 정부의 FTA 대책이 내실화되도록 농민단체가 힘을 모아 투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