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파주의 토종닭 사육농가 김춘권씨가 친환경으로 기른 닭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서 15년간 토종닭을 사육하고 있는 김춘권씨(51)는 항생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닭을 키우기로 정평이 나 있다. 김씨는 현재 친환경 유기농 매장인 ‘초록마을’과 ‘한살림’에 연간 15만마리의 토종닭을 납품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업체에서도 납품 요청이 들어올 만큼 탄탄한 판로를 구축했지만 그의 토종닭 판매가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니다. 사육 초기엔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유통상인들에게 다 자란 토종닭을 헐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 같은 힘든 시기를 거치며 김씨는 안정적인 판매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친환경 사육을 떠올리고 이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는 충북 괴산 자연농업생활학교와 전국친환경농업협의회 등
친환경 농축산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곳을 찾아다니며 사육기술을 열심히 배워 나갔다. 이러한 노력으로 그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항생제축산물 인증과 유기축산물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 사육을 실천하는 만큼 김씨가 토종닭을 사육하면서 가장 신경쓰는 것은 닭의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먹이다. 홍삼을 달이고 남은 찌꺼기인 홍삼박과 EM(이엠·유용미생물)을 2주 동안 발효시켜 만든 진액을 사료와 함께 섞어 먹이는 것도 닭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김씨는 솔잎 진액과 마늘 진액을 물에 1000배 희석시켜 닭의 음용수로 사용한다.
이와 함께 그는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 계사 밖으로 닭들을 방사해 운동량을 높이고 있다. 넓은 공간에서 활발하게 움직인 닭은 질병 저항력이 강한데다 육질도 좋아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철저한 사양관리 외에도 김씨는 소비자의 닭고기 구매패턴을 고려해 상품을 크기별로 다양화하고 있다. 그는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은 큰 닭보단 작은 닭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했다”며 “이 같은 변화를 고려해 몇 해 전부턴 크기별로 닭을 출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김씨가 사육해 출하하는 닭은 600g(도계체중 기준)정도의 40~50일령 닭, 1.5~1.8㎏ 정도의 60~70일령 닭, 2㎏ 이상의 70~100일령 닭 등 세종류로 나눠진다.
향후엔 다른 친환경 유기농 매장으로도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라는 김씨. 그는 “친환경 축산물 인증,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 등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친환경 축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려는 사육농가의 마음가짐”이라며 “이러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고 앞으로도 건강하게 토종닭을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